인텔 6세대 프로세서는 PC를 바꾸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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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6세대 프로세서는 PC를 바꾸게 할 수 있을까?
  • by 최호섭
인텔의 6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생각보다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PC는 여전히 많이 팔리지만 PC에 대한 관심도 자체는 예전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조립 PC 시장도 분명 예전같진 않다. PC의 중심은 점점 더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몇 년간은 PC보다 모바일애 쏠림이 더 심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PC 시장을 당장이라도 집어 삼킬 것 같았다. PC도 그에 따라 변했다. 윈도우8은 큰 화면보다 15인치를 넘지 않는 작은 화면에 초점이 맞춰졌고, 인텔도 저전력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휴대용 컴퓨터의 배터리 이용 시간을 ARM 기기들만큼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했던 게 사실이다. 그럼 데스크톱PC는 설 자리가 줄어드는 걸까.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인텔은 6세대로 조심스럽게 고성능 PC에 대한 이슈를 꺼내든다. 그리고 “이제 더 빠른 PC로 바꾸자”라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저전력 프로세서의 녹색 역풍


먼저 근래 PC 시장의 흐름을 돌아보자. 저전력은 최근 10여년 동안 PC 시장의 주요 이슈였다. 물론 저전력이 중심에 있던 때는 정작 저전력이 잘 와 닿지 않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노트북을 한번 충전해 10시간씩 쓰는 것이 그리 놀랍기만 한 일은 아니게 됐다.
저전력은 PC에 엄청난 자유를 부여했다. 부작용은 있다. 적지 않은 제품들이 인텔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발전을 저전력에 집중했다. 반도체 기술의 발전은 결국 ‘효율’로 풀 수 있다. 그러니까 인텔이 지금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방향을 어떻게 해석하면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밑바탕에 깔린다.



기존에도 그렇긴 했다. 대신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하다보니 전력 소비는 그대로 두고 성능만 높아져 갔다. 오히려 전력 소비를 극단적으로 늘려서라도 성능을 높여야 했다. 125W가 넘는 전력을 쓰는 프로세서를 만들 던 게 10년도 안 된 이야기다. 이번 인텔의 프로세서들은 적게는 3.5W부터 시작하고, 대개 45W대 전력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이는 최대 전력이고 평상시에는 훨씬 낮은 전력으로 작동한다. 효율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전력 효율의 개념을 돌아보자. 효율이 좋아진 새 프로세서로 이전 세대와 같은 성능을 내도록 하면 전력 소비량이 크게 줄어든다. ‘전력 소비량을 절반으로 낮췄다’ 같은 설명이 바로 그 이야기다. 그 발전이 결국 한 번 충전해서 2~3시간씩 쓰던 노트북을 10시간, 15시간씩 버티게 해 왔다. 운영체제나 소프트웨어들도 더 이상 무거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신 PC 시장은 썩 재미를 못 봤다. 사람들이 더 이상 새 컴퓨터를 바라지 않게 된 것이다. PC가 더 빨라진 게 아니라 전기를 덜 먹기 때문에 기존 PC가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교체 주기가 크게 늘어났다. 새 PC도 마찬가지로 저전력은 모바일, 고성능은 데스크톱으로 가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모바일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이다. 인텔은 6세대 코어를 발표하면서 아예 “지금은 PC를 바꿀 시기”라고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고성능 PC를 살 명분을 주어야 한다.


 

지금 PC를 바꿀 때? 이유는?


일단 6세대 프로세서의 가장 큰 효용성은 윈도우10의 주요 기능들과 궁합을 맞춘다는 점이다. 얼굴을 암호로 삼는 ‘윈도우 헬로’는 얼굴을 3차원으로 읽어들이는 ‘리얼센스’ 카메라와 보안을 맡는 ‘트루키’ 등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음성 비서 ‘코타나’를 불러서 잠자는 컴퓨터를 깨우는 것 역시 프로세서 내의 DSP칩이 아주 적은 전력으로 귀를 계속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4k 영상이다. 풀HD 영상은 h.264 기반의 MPEG4 코덱이 중심이 됐다. 4k는 용량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화질을 높이는 압축 기술이 쓰인다. h.265 기반의 HEVC 코덱이다. 6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이 코덱을 하드웨어로 풀어내는 기술이 들어가면서 영상 처리 성능이 획기적으로 늘었다. 여전히 기존 PC도 나쁘지 않긴 하지만 새 PC에 대한 가장 뚜렷한 차이는 영상에 있긴 하다.
결국 고성능에 대한 수요는 데스크톱 PC로 연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어느새 데스크톱 PC는 조용히 팔리는 ‘생필품’이 됐다. 게다가 5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사실상 데스크톱 프로세서를 건너뛰다시피 했기 때문에 6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거의 3년만에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이다.

다양한 프로세서는 데스크톱 PC의 폼팩터도 급격하게 바꾸고 있다. ‘맥프로’가 근래 대표적인 사례이긴 한데 일반적인 PC들도 변화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인텔은 PC의 형태를 타워 데스크톱, 워크스테이션, 미니PC, 올인원, 초소형PC, 컴퓨트스틱 등으로 나누고 있다. 대체로 저전력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6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14nm 공정과 새 아키텍처로 고성능을 낼 수 있는 여건은 갖추고 있다.




인텔의 PC 데모에서 볼 수 있던 PC 중 하나는 무려 7999 호주달러였다. 거의 650만원짜리 PC다. 수냉 시스템을 갖추고,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연결했고, 언락 CPU로 오버클럭이 자유롭다. 요즘 보기 드문 PC다. 반면 올인원 PC들은 이제 모니터와 구분되지 않을 만큼 미려하게 디자인되고 있다. 손바닥만한 에이서의 PC는 하드디스크를 두 개나 넣어 미디어PC로 쓰기에 충분하다. 반도체의 발전은 전력 소비를 줄이고, 그에 따른 열도 줄이면서 컴퓨터 디자인에 무한한 자유를 열어주었다.


 

기술적 준비는 끝, 상상력 필요한 순간


고성능 PC에 대한 수요는 예전처럼 폭발적이진 않지만 여전히 고성능 워크스테이션 필요한 분야에는 프로세서 성능이 목마르다. 6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아예 4.5W대의 초저전력 프로세서부터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용 제온E3 프로세서까지 함께 나왔다. 대개 제온 프로세서는 안정성을 이유로 데스크톱 프로세서 출시 후 1년 뒤에야 나오는데, 워크스테이션용 프로세서는 먼저 출시했다. 인텔도 고성능에 대한 수요를 짚고 있다는 얘기다.

저전력은 또 저전력대로 발전하고 있다. 컴퓨터는 더 자유롭게 디자인되고, 다양한 생김새로 태어나고 있다. 터치스크린과 윈도우10은 그 유연성에 더 도움을 주고 있다. 인텔은 이미 6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이용한 컴퓨터가 800가지 넘게 준비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제 더 이상 컴퓨터 디자인에 있어 기술적으로 부족할 것은 없다. 다만 상상력과,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겠다는 기업들의 목표는 더 아쉬워진다. PC는 물론 소모품이지만 개개인의 정보를 담고,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중요한 제품이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제품들의 상당수는 맥북 에어를 닮았고, 서피스를 닮았다. 고성능 PC도 많지 않다. 매력적인 컴퓨터에 대한 요구는 누가 채워줄지도 고민이다.

처리 속도 빠르고 값도 싼 제품이 물론 좋지만 PC 시장의 지루함은 결국 고성능보다 고급화, 특성화의 부족함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프로세서, 디스플레이, 저장장치같은 반도체 기술은 준비되었다.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제조사들의 선택과 역량만 남았다. PC를 바꾸고 싶어하는 욕구를 자극하는 것 중 ‘특별함’이 주는 가치가 있다는 것도 업계가 이해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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