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T타임 콘서트', 항상 마지막 IT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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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T타임 콘서트', 항상 마지막 IT 콘서트
  • by 복면글쟁이
편집자 주: T타임 콘서트는 KBS '차정인기자의 T타임'이 매년 개최하는 IT 콘서트입니다. 
참고 링크 : IT로 콘서트를 할 수 있을까...'밋친콘서트'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지난 7월 17일. 세 번째 T타임 콘서트가 끝났다. T타임이 세 돌이 됐다는 얘기다. 콘서트는 이제 TV로 방송되고, 당분간 제작진들은 숨을 고를 수 있게 됐다. 공연이 끝난 뒤에 차정인 기자가 던진 첫 마디는 “야야야, 이게 마지막이야. 내년엔 안 해”였다.



매년 그랬지만 이번 공연도 호락호락 쉽지는 않았던 것 같은 눈치다. 공연이 끝난 뒤 차정인 기자와 채유선 작가는 벅찬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말로는 ‘마지막’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하긴, 지난해에도 그랬다. 다시는 안 할 거라고… 하지만 이 둘은 올해 따뜻한 바람이 불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또 한숨을 쉬면서 2015년의 세 번째 사고를 준비한다. 이들의 한숨은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나는 차정인 기자와 채유선 작가와 술자리를 할 때 “당신들은 이미 플랫폼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이 플랫폼이라니… 그런데 그건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말도 안되지만 사인받아가는 사람 등장]

차정인 기자는 그렇게 저널리즘에 민감하다거나, 미디어의 특권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차정인 기자의 T타임’이라는 프로그램은 이 땅에서 가장 깨끗한 미디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타는 전파가 KBS1이라는 점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내는 수신료 중에서 한 0.0001% 정도가 T타임 팀에 쓰이려나. 돈이 얼마냐를 떠나 상업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말이다.

두 번째는 차정인 기자와 채유선 작가 스스로가 업계에 빠져 있다. 업계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업계를 사랑하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제법 넉넉한 월급 받으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 쏟아낼 수 있는 기자는 흔치 않다.

그러다 보니 이 두 사람이 움직이는 프로그램은 굉장히 독특하다. 일단 권위적이지 않다. 이들이 콘텐츠에 접근하는 첫 발은 늘 ‘우리 프로그램에 나와 주시겠습니까’다. 그렇게 나도 이 프로그램에 발을 들였고, 이번주에도 누군가는 같은 이야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밤잠을 설치며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얼굴로 내년에는 안 한다는 거짓말을 또 한다.]

가끔 내게 “T타임에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답한다. 재미있는 시각이나, 전문성이 있으면 된다고… 서비스나 제품을 갖고 있는 당사자면 더 환영받을 수 있다. 그걸 전달하는 것이 KBS의 역할이고, T타임은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업계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차정인 기자 팀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뭔가 이야기해달라고 하면 나와서 갖고 있는 이야기를 다 털어 놓는다. 신제품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차정인 기자를 찾아간다. 지상파 방송에 나오기 때문일까? 절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접근한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정보와 전문성, 그리고 신뢰를 갖게 됐다. 적어도 IT에서는 9시 뉴스보다 T타임에 더 믿음이 가는 게 현재 KBS의 상황이다. 환경과 열정이 제대로 만난 사례다.

콘서트는 한 해 동안 차정인 기자와 그 플랫폼에 출연한 사람들 사이의 교감을 공연으로 풀어내는 놀라운 사건이다. 옆에서 그들을 자주 보는 나로서는 도대체 이 일을 왜 하나 싶을 정도지만 매년 이걸 보고 나면 샘이 나서 죽을 지경이다.

이번에는 아예 공연장 앞에 부스를 차렸다. 그리고 일년 동안 T타임과 관계를 맺었던 기업들이 자유롭게 부스를 꾸릴 수 있도록 했다. 부스비는 공짜다. 공연 제목처럼 미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을 더 미칠 수 있게 만드는 사람들이 주변에 몰려든다. 그걸 3년 했다. 이제는 하던대로만 둬도 굴러간다. 당사자가 아니지만 에너지를 주고받는 뭔가가 있다. 그게 바로 ‘플랫폼’이다.



앞으로도 이들이 더 미쳐서 즐겁게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걸 업계도 원하고, 시청자도 원한다. 누구나 손에 쥐고, 잠 드는 시간까지 쥐고 있는 게 IT다. 하지만 그걸 지상파 방송에서 제대로 이야기하겠다고 나선 사람도 흔치 않고, 그 중에서 사람들의 뇌리에 흔적을 남긴 건 별로 없다. 내 머릿속에는 ‘달려라 코바’ 이후에 차정인 기자가 처음이다.

방송사들은 IT를 다루는 프로그램에 왜 이렇게 인색한가. 우리는 모두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고, PC없이는 일을 못 한다. 이런 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좋은 시간에 방송되어야 하지 않을까. 두 사람이 그 자리를 오래오래 지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둘의 걱정은 스스로의 자리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적어도 공연 끝난 뒤의 한숨은 ‘아휴… 올해도 잘 했다’의 의미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하겠지만... 누군가 더 도와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새벽, 그들이 ‘아무도 안 보는 시간’에라도 뭔가 사고치는 걸 그냥 못본 척 두었으면 좋겠다. 우리끼리라도 너무 즐거운 시간 아닌가.

돌아보면 작년 이 날도 “이제 안 해!”가 인사였다. 아마 내년 공연 인사도 그럴 거다. 내년 이맘때는 무대용 키높이 구두나 하나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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