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제작과 스트리밍의 기로에 서다 '애플 TV'
상태바
자체 제작과 스트리밍의 기로에 서다 '애플 TV'
  • by 김재희
지금까지 애플이 서비스한 기능을 70년대 비비드톤의 애니메이션처럼 재생하며 애플 CEO 팀쿡이 등장했다. 그리고 대뜸 '서비스(Service)'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언급한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 이은 애플의 다음 먹거리는 바로 서비스였다. 

애플은 그동안 다양한 서비스를 자사 OS와 하드웨어에 추가해 왔다. 시리를 비롯해 애플 맵, 애플페이, 아이메시지, 페이스타임, 애플뮤직 등이 그렇다. 

여기에 애플 뉴스와 올여름부터 서비스 예정인 애플 카드와 올가을 선보이는 애플 아케이드까지 한 번에 소개했다. 뉴스와 300여 가지 잡지를 서비스하는 애플 뉴스 플러스의 이용료는 월 10달러. 확실히 잡지는 아이폰 보다는 아이패드에 최적화된 느낌이 강하다. 이로써 아이폰과 맥북 사이에서 존재감이 떨어지던 아이패드의 입지가 좀더 강해진 기분이다. 

iOS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게이밍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30만 가지 게임이 현재 앱스토어 상에 존재한다. 애플은 이를 재정의해 좀 더 높은 수준의 게임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판을 키웠다. 애플 아케이드다. 타 기종, 오프라인 접속까지 지원해 어쩐지 에픽 게임즈 스팀을 정조준한 기분이다.

▲ 애플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TV 플러스 
 
오늘의 마지막 주인공은 예상대로 애플TV였다. 예상과 달리 서비스명에 스트리밍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단 기존 콘텐츠 풀은 크게 키웠다. HBO를 비롯해 스타즈, 쇼타임 등 국내에서도 유명한 제작사가 모두 참여했다. 넷플릭스만 빼고.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콘텐츠는 머신러닝을 통해 개인화 큐레이션된 상태로 제공된다. 이건 요즘 모든 OTT 서비스가 제공하는 기능이니 빠지면 섭섭하다.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TV+는 오는 5월 정식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맥OS는 가을부터 지원한다. 100여 개 이상의 국가에서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하니 국내에서도 곧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헬게이트가 열렸다. 애플뮤직으로 시작된 스트리밍 서비스가 영상으로 확장된 순간이다. 이미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 그리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 앱스토어를 통한 결제 시스템을 탈피해 독립적인 과금 형태의 구독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한마디로 애플과 넷플릭스는 당분간 손을 잡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역시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애플이 키노트에서 공개한 제휴사 목록에 넷플릭스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애플 입장에선 넷플릭스 말고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훌루,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비롯해 수많은 헐리웃 제작사와 손잡을 기회가 있다. 기존 스트리밍 업체가 손을 잡기 꺼려 한다면 스스로 제작을 하면 된다. 아니면 업체를 아예 인수해 버리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다. 사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생산하는 애플 입장에서 콘텐츠 영역까지 손을 뻗치는 건 힘든 일이 아니다. 게다가 모든 걸 다 생산할 경우 사용자를 보다 애플에 종속(!) 시키는 락온 효과는 더욱 커질게 분명하다.

▲ HBO에서 ESPN까지 다양한 채널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구현되기 조금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의 애플의 행보로 비춰봤을 때 그들은 직접 제작보다는 큰 그림만 그리고 아웃소싱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자체 제작보다는 여러 군소 스튜디오와 피를 섞고 그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를 스트리밍 서비스하는 방식을 고수할 공산이 크다. 

그런데 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실 애플 입장에선 기존 앱스토어의 개발자처럼 풀을 늘리고 앱스토어를 통해 유통하고 수수료만 챙기는 방식을 그대로 쓴다고 해도 손해 볼 게 없다. 물론 콘텐츠 가격은 생산자가 정한다. 무료로 배포하고 중간에 광고를 넣는 방식으로 유튜브처럼 움직인다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공짜라 큰 장벽이 없다. 물론 애플 제품 사용자에 국한되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하지만 애플은 키노트를 통해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해 J.J 에이브람스, M 나이트 샤말란 등 걸출한 감독의 인터뷰를 보여주면서 그들과 함께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제이슨 모모아, 제니퍼 애니스톤과 리즈 위더스푼 같은 배우도 함께.

▲ 잘 찾아보니 이완 맥그리거와 벤 스틸러도 포함됐다.
 
스트리밍 서비스 금액과 방식은 기존 경쟁사 서비스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무료이거나. 사실 후자일 공산이 더 크다. 애플 입장에서는 굳이 사용자에게까지 과금을 물릴 필요가 없다. 그리고 "우린 무료다"라고 생색까지 덤으로 낼 수 있다.

애플의 시나리오대로 풀린다면 다음 타깃은 분명히 안방이나 거실이 될 것이다. 베젤 디자인만 하고 그 안에 에어플레이 모듈 심은 삼성이나 LG 패널을 쓴 TV는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애플TV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넷플릭스처럼 아예 플레이어를 기존 TV 제조사에 배포하는 방법을 썼다. 삼성, LG, 소니 등 스마트TV에서는 애플TV 앱을 구동해 시청이 가능하다. 현재로선 가장 싸고 빠른 방법이다. 사실 방송을 보기위에 TV 이외의 하드웨어를 추가로 구매한다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 이제 애플TV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슬슬 단종 수순을 밟아갈 게 분명하다. 물론 이렇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이튠즈 접속을 위한 아이클라우드 계정이 있어야 할 테고 유료 과금 형태일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서비스가 무료일 때도 방식이 크게 다르진 않다. 유튜브가 그렇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합류했다.
 
M&A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생각했다. 미국의 세제개혁으로 인해 지난해 애플은 외국에서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자국 내로 들어왔다. 약 260조 원에 달한다. 인수는 충분히 고려할만한 시나리오다. 항상 고자세인 넷플릭스 인수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돈이 가장 많이 드는 애플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동시에 1억 1500만 명에 달하는 넷플릭스 구독자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인수 대신 생산으로 가닥을 잡았다. 

애플이 피 터지는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 진입할 경우 경쟁자는 비단 넷플릭스, 아마존만이 아니다. CNN, 워너브라더스, HBO 등을 보유한 타임워너는 AT&T에 인수됐고, 디즈니는 폭스를 며칠 전 약 80조 원에 인수했다. 이번 합병으로 디즈니는 훌루를 비롯해 ESPN, ABC,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올해 안으로 디즈니 플러스(+)라는 새로운 OTT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능력을 갖추면서 독점 콘텐츠라는 장르를 만들어 냈다. HBO 역시 '왕좌의 게임'이라는 걸출한 콘텐츠를 시즌별로 만들어 내는 중이다.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까닭에 좀처럼 다른 OTT 서비스와 피를 섞기 어렵다. 애플이 이 시장에 진입이 늦은 것도 이런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된다. 콘텐츠 공유나 제휴는 철저히 양사 간의 이해관계로 성립된다.

어느 것도 손해 보는 장사를 원치 않기에 ‘기브 앤 테이크'가 완벽해야만 계약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애플은 모든 걸 처음은 제휴로 풀기 원했을 것이다. 스스로 모든걸 책임지고 만드는 건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콘텐츠는 성공 여부를 좀처럼 점치기 어렵기 때문에 신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이 있었을 게 자명하다.

▲미국 토크쇼의 대모 오프라 윈프리도 애플 진영으로 나왔다. 
 
콘텐츠는 애플의 차세대 캐시카우다. 현재 애플 뮤직은 가입자 수 5천만 명. 1위 스포티파이(1억 6천만) 바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애플뮤직으로 성공의 맛을 본 애플 입장에선 동영상 스트리밍도 충분히 가능성을 점칠 수 있었다. 음악 이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플랫폼을 모두 구비하고 심지어 비츠(Beats)라는 음향기기 브랜드도 산하에 두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락인 효과'를 보다 굳건히 하기 위한 장기적인 플랜의 일환이다. 음악, 영상이라는 콘텐츠를 한번에 소비할 수 있는 생태계의 구축. 그들이 만든 하드웨어를 통해 서비스하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면 개미지옥처럼 헤어 나오기 힘들 테니까. 

그런데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이야기는 좀처럼 듣기 어렵다. 수많은 배우와 감독을 무대로 올리고 어느 가수는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시종일관 스트리밍이라는 중계의 의미는 최대한 감추고 자체 제작을 통한 스토리텔러로의 입지를 만들어 가려는 눈치다. 

마치 ‘너희와는 달라'라는 뉘앙스로 기존의 스트리밍 업체의 자체 제작 시스템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우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스트리밍) 업체라고 멋들어지게 포장을 했다. 어찌 보면 이게 애플의 한끗 일지도 모른다.

▲ 애플과 뜻을 함께하기로 한 연기자들. 마치 어밴저스 사진 같다. 
 
[리뷰전문 유튜브 채널 더기어TV]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BOUT AUTHOR
김재희
김재희 wasabi@thegear.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COMMENT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