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대중화 '스마트 스피커', 사생활을 엿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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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대중화 '스마트 스피커', 사생활을 엿듣는다?
  • by 이상우


올해는 스마트 스피커가 급속하게 늘어 대중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아마존 '에코'와 구글 '구글 홈'에 이어 최근 애플이 '홈팟'을 출시했고, 삼성 역시 '빅스비'를 장착한 제품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다. 가정용 스마트 스피커는 사용자 일상에 가장 근접한 위치에서 음성 명령을 인식해 요구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스마트 스피커는 항상 작동하는 즉 '올웨이즈' 상태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스마트 스피커는 우리의 프라이버시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미 경제 매체 포브스의 블레이크 모건은 진공 조리 기기인 '수비드(sous vide)'에 대해 나눈 남편과 대화를 소개하며 다음날 놀랍게도 아마존에 수비드 광고가 최상단에 표시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광고 제품을 구입했다면서도 무심코 나눈 짧은 사적인 대화를 알렉사가 듣고 해당 광고를 표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는 사용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컴퓨터에서 검색한 키워드가 쇼핑몰 광고로 표시되고, 뉴올리언스에 있는 에어비엔비 숙소를 검색하면 페이스북 피드에 에이비앤비 광고가 나타난다. 스마트 스피커가 대중화되고 사용자의 사적인 대화가 광고에 반영되더라도 이는 개별화된 광고 전략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프라이버시와 기업이 이를 다루는 경계선이 모호하다고 우려하는 건 기우에 불과할까.  

기업이 실제로 대화를 엿듣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용자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과 애플 또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는 항상 고객의 사적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한다고 생각한다. 스마트 스피커가 사용자 음성에 반응하는 것은 "오케이, 구글" "알렉사" 같은 정해진 호출 단어를 인식하면서다. 호출어가 아닌 경우 소리는 스피커에만 잠시 저장되었다가 삭제된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래 저장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7%가 개인 정보보호 문제로 스마트 스피커나 스마트폰 음성 인식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이 데이터 수집 및 사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불신의 확산을 막는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투명성이다. 모든 기업이 개인 정보를 다루는 방법을 고객에게 설명하는 메시지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고객은 기업이 자신의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사용되는지 알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스마트 스피커가 대화를 듣고 있는가가 아니라 그 정보가 어떻게 사용되는가의 문제다.

아마존은 에코가 수집한 음성 데이터는 아마존 클라우드에 저장된다고 말한다. 때로는 이 저장 데이터가 수사나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도 있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음성 명령 기록뿐만 아니라 당시 주변의 소리, TV 시청 소리, 농담으로 했던 명령이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중요한 기록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애플은 홈팟을 발표하면서 아마존, 구글보다 프라이버시에 대해서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일단 애플은 저장된 기록을 2년만 관리한다. 구글과 아마존은 사용자가 삭제하지 않으면 기록을 무제한으로 저장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며, 누구까지 접근이 가능한가에 대해 더 많은 투명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스마트 스피커 출하량은 5,630만대로 지난해 3,000만 대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미국은 스마트 스피커 핵심시장으로 올해 출하량이 3,84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은 440만 대로 뒤를 이었다. 카날리스는 아마존과 구글이 올해에도 스마트 스피커 시장을 주도하며, 광고나 콘텐츠 가입형 서비스, 프리미엄 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돼 수익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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