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100일, 은행 업계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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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100일, 은행 업계를 뒤흔들었다
  • by 정보라
“1년 같던 100일이 지났다.”

7월 27일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지 오늘로 100일이 되었다. 영업 개시와 동시에 관심이 폭발하면서 체크카드 발급 지연과 대출 심사 신청 급증, 고객 센터 연결 불가 등 많은 일이 있었다. 다사다난한 3개월을 보내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의 두 대표는 3개월이 흡사 1년 같았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의 은행과 비교하면 ‘은행’이라는 칭호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작은 규모다. 하지만 기존 신용기관과 체크카드 발급과 배송 대행 업체에 업무 과중을 안길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하루 평균 4만3천5백 명이 지점도 없는 이 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 3개월 남짓한 기간에 430만 명이 카카오뱅크에 4조2백억 원을 맡겼고, 3조3천9백억 원을 빌렸다.

카카오 뱅크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카카오뱅크는 고객이 지점에 가지 않아도, 은행 직원을 만나지 않아도 계좌를 만들어준다. 고객은 카카오뱅크 모바일 앱으로 신분증을 스캔하기만 하면 된다. 계좌 개설의 편리함 덕분에 카카오뱅크는 시중 은행이 2016년 한 해 동안 달성한 기록을 영업 첫날 깼다. 작년 한 해 비대면으로 15만 5천 계좌가 열렸는데 카카오뱅크에선 하루 24만 계좌가 개설됐다. 어마한 기록이다. 카카오뱅크 계좌 만들기 열풍은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하루 평균 개설 계좌 수는 점차 줄었다. 첫 달 하루 10만 계좌에서 두 번째 달 3만 계좌, 세 번째 달 2만 8천 계좌가 개설되었다.

카카오뱅크의 히트에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도 한몫했다. 카카오뱅크 고객 4명 중 3명이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를 발급 받았다. 전체 고객 435만 명 중 체크카드를 만든 고객은 318만 명에 이른다. 이 체크카드는 카드 한 장에 라이언, 무지, 블랙, 어피치, 콘 등 캐릭터를 하나씩 인쇄했다. 개별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 색을 입히고, 체크카드 발급 시에 캐릭터를 고르도록 하여 체크카드의 실용성보다 소유 욕구를 자극했다. 가장 많이 발급된 캐릭터는 라이언으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2장 중 1장에 라이언이 찍혔다. 어피치와 무지, 콘, 블랙이 순서대로 라이언의 뒤를 이었다.

저렴한 수수료도 성공에 한 몫 했다.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를 비롯한 기존 은행과 달리 고객을 차별하지 않는다. 이체 수수료와 출금 수수료를 받지 않는데 자격 요건을 내세우지 않았다. 예치 금액과 전월 실적에 상관 없이 모든 고객에게 수수료 0원 정책을 적용했다. 예금 이자 지급에도 차별은 없었다. 입출금 통장은 연 0.10%, 정기예금은 2%(12개월), 자유적금은 2.20%(12개월)을 일괄 적용하여, 우대 이율 찾아 상품 검색할 수고를 덜었다. ‘수수료는 시중 은행보다 싸게, 예금 이율은 시중 은행보다 높게’라는 차별점은 ‘카카오’라는 이름 못지않게 고객에게 어필하는 포인트가 됐다.

물론 실수도 있었다. 카카오뱅크의 인기가 높았던 만큼 고객센터는 소통 불능이었다. 몰리는 문의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게 이유였다. 전 직원이 고객 상담에 투입됐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그렇더라도 카카오뱅크 고객센터와 연락 주고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3개월 사이에 카카오뱅크는 고객 상담 인원 150명을 충원하여 제2 고객센터를 열었다. 제1 고객센터는 카카오톡과 1대1 상담 등 전화 외 채널을 맡고, 제2 고객센터는 전화 상담과 일반 상품과 고객 지원에 주력한다. 체크카드 발급도 빨라졌다. 발급 신청에서 받기까지 한 달 가까이 걸리던 걸 일주일로 줄였고, 이번 주부터 이에 대한 안내를 시작했다.

한계도 있다. 모든 은행 업무를 모바일 앱으로 진행하는 카카오뱅크를 두고 ‘노인은 없다’는 지적이 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카카오뱅크의 고객 10명 중 6명이 20대와 30대다. 2명은 40대다. 50대 이상은 1명(9%)이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이사는 “내가 바로 50대”라면서 50대 이상을 배척한 게 아니고, 카카오톡이 보급된 과정과 비슷하다고 봐달라고 말했다. 카카오톡도 처음엔 젊은 층에서 사용했고 이후 부모 세대에게 퍼져 지금은 70,80대도 쓰는 서비스가 된 것처럼 카카오뱅크도 고령층에 퍼지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인원 수로 따지면 50대 이상은 카카오뱅크에서 비중이 작지만, 해외 송금 서비스에서는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해외 송금을 사용하는 고객은 40대와 50대가 많으며, 해외 연수와 유학 자금 송금 케이스가 많은 걸로 파악한다고 카카오뱅크는 밝혔다.

[카카오뱅크에서 50대 이상 고객은 9%에 불과하지만, 해외 송금 주 이용자 층은 40대와 50대라고 카카오뱅크는 밝혔다. 해외 송금에서 중국 서비스는 준비 중이며, 일본 송금의 수수료를 낮출 대안을 찾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준비하는 미래는?

카카오뱅크는 이체 수수료, 출금 수수료를 일체 받지 않는 지금의 방침을 바꿀 수 있다. “언제까지 공짜?”라는 질문에 “연말까지 보겠다”라며 수수료 공짜에서 수수료 부과로 바뀔 수 있음을 암시했다. 지금으로선 “은행이 감당할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서비스도 크게 확대된다. 카카오뱅크의 대출 상품은 비상금 대출, 마이너스 대출, 신용 대출로 단촐했다. 내년엔 여기에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더할 계획이다. 출시 시점은 내년도 1분기다.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받아 대출 심사를 하고, 심사 절차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앱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은행 대출 프로세스 중 가장 복잡한 게 전월세 대출, 주택담보 대출보다 더 오래 걸린다”면서 그 어려운 걸 모바일 앱으로만 해보이겠다고 자신했다. 이사 날짜가 휴일이어도 대출 실행은 가능하게 만드는 게 카카오뱅크의 목표다.

신용카드도 발급한다. 히트 상품인 체크카드에 이어, 카카오뱅크 신용카드가 나온다. 절차를 밟아야 하기에 2018년 예비 인가를 진행하고 2019년 하반기 발급 시작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신용카드가 체크카드보다 안정성이 높고, 신용 결제(후불 결제)는 이후 대출 심사에 활용할 고객 데이터가 된다며 신용카드 발급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대출은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받아 진행하는데, 고객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면 외부 기관의 보증 없이 카카오뱅크의 자체 판단으로 대출을 심사하게 된다.

CU 편의점에서만 되던 스마트 출금도 다소 늘어난다. 카카오뱅크는 롯데그룹과 지난 6월 업무 협약을 맺었다. 그 첫번째 성과는 ATM 사용에서 나왔다. 그동안 CU 편의점 내 ATM기로만 카드 없는 출금하기(스마트출금)가 가능했는데 11월 7일부터 세븐일레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롯데면세점에 설치된 롯데ATM기 5500대에서도 스마트 출금을 지원한다. 이제 현금 필요하면 근처 롯데마트나 롯데시네마를 찾으면 된다.


신용평가기관에선 7등급, 카뱅에선 4등급으로 평가받을 수도

카카오뱅크는 현재 대출 심사 시 신용평가를 자체적으로 하지 않고 서울신용보증의 등급에 기반하여 대출을 집행한다. 그렇지만 앞으로 몇 년간 고객 데이터를 쌓으면 외부의 보증 없이 대출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신용기관에서 7등급으로 평가한 고객이어도, 카카오뱅크가 확보한 자료로 판단컨대 예스24에서 한 달에 몇 권씩 꾸준하게 책을 사고, 멜론 결제도 이따금 사용하는 등 결제와 크레딧을 꾸준하게 관리한 이력 등을 토대로 “이 고객은 4등급이다”라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당장 실현할 수 없고 고객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 이를 위한 첫 단계로 롯데멤버스와 특별 팀을 꾸려 롯데멤버스 데이터를 신용 등급에 활용할 방안을 궁리한다. 

카카오뱅크는 전월세 대출과 신용카드 사업 외에도 펌배킹과 CMS, 지로 납부, 가상계좌, 계좌 이동제, 앱투앱 결제 등을 준비 중이다. 앱투앱 결제는 카드 사와 결제 대행사를 끼지 않은 결제 방식으로 계좌 이체에서 착안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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