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고 가성비 높은 '프리도스 노트북'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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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하고 가성비 높은 '프리도스 노트북'의 함정
  • by 이상우
신학기를 맞이해 노트북 수요가 늘고 있다. 보통 노트북을 구입할 때 첫 째로 고려하는 것은 '가격'이다.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싼 가격의 모델을 선호한다. 하지만 비슷한 디자인, 성능, 부품을 가졌다면 대부분 가격이 비슷하다. 그래서 비슷한 사양에 가격이 낮은 프리도스(FreeDOS)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프리도스는 운영체제가 설치되지 않은 PC, 또는 노트북으로 빠진 운영체제 가격만큼 더 저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단순히 싸보인다고 구입했다가 문제를 겪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전자상가 노트북 매장에 들러 "요즘 대학생들이 쓸 만한 노트북은 대략 얼마냐"고 물으니 "프리도스 노트북이 잘 팔린다. 90만원 정도면 1kg 미만의 가벼운 인텔 코어 i5 모델을 구입할 수 있다."고 답했다. "프리도스 노트북은 뭔가요?" 되물었더니 매장 직원은 "운영체제(OS)가 탑재되지 않은 '깡통 PC'를 뜻한다."면서 윈도우 설치 유무에 20만 원가량 가격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차이만 얘기할 뿐 운영체제를 직접 설치해야 하는 소비자의 불편은 귀뜸하지 않는다.

 

OS 없는 깡통 노트북 '60%'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 자료를 보면 최근 1년간 판매된 노트북 판매량에서 '프리도스' 모델의 비중은 6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입학 등 성수기 여부에 따라 판매에 영향을 받지만 지난해부터 꾸준히 50% 후반대가 유지되고 있다. PC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가격이 좀 더 싼 노트북을 찾는 소비자의 요구와 제조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프리도스 제품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예전에는 대만 제조사와 국내 중소 제조사들이 주로 프리도스 모델을 내놨지만, 최근 국내외 대형 PC 제조사까지 원가절감을 위해 프리도스 모델 비중을 대폭 늘린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다나와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주요 국내외 제조사가 판매 중인 노트북은 사양에 따라 3,000여 종이 있는데 이 가운데 33%인 1,000여 종이 프리도스 모델이다. 가장 인기가 높은 모델도 대만 제조사의 프리도스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트북 제조사들이 프리도스 모델 비중을 늘리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춰야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가 부각되어서다. 제조사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 활용에 따라 윈도우, 리눅스 등 운영체제를 '알아서' 설치하면 서로 불만이 없는 거래다. 그런데, '알아서' 설치하는 방법은 꽤 복잡하고, 고장날 확률도 있으며, 해킹의 위험도 있다. 설치를 하는데 며칠이 걸리기도 하고 설치를 실패하면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할 수도 있다. 단지 싸다는 이유로 덥석 프리도스 노트북을 구입했다가는 낭패 당하기 십상이다.


우선 정상적으로 운영체제를 구입해 설치하면 가격의 이점이 없어진다. 홈 버전의 윈도우10은 대략 19만 원정도 하니 전체 가격은 결국 똑같다. 소비자가 알아서 설치해야 하니 더 번거로울 뿐이다. 따라서 프리도스 노트북을 구입하는 이들이 정품 운영체제를 구입해서 직접 설치할리는 만무하다. 물론 우분투 같은 윈도우를 대체하는 무료 운영체제를 쓰는 사람도 있다. 우분투는 설치도 쉽고 업데이트도 잘 돼 쓰기 좋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온라인'이 지원돼 사무 환경에서도 크게 문제없다. 그러나 우분투는 공공기관, 수강 신청 페이지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없고, 한글이나 게임도 사실상 사용이 안 된다.

결국 많은 소비자들이 직접 윈도우를 설치할 목적으로 프리도스 노트북을 구입하는데 과연 몇이나 정품 운영체제를 구입할지 의문이다. 국내외 거의 모든 PC 제조사들의 프리도스 마케팅이 불법 복제 환경을 조장하는 셈이다.

 

불법 윈도우 설치는 멀웨어 감염 최단 경로

어렵게 윈도우를 설치하는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지원받기 어렵다. 노트북이 고장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소프트웨어 오류다. 하드웨어 오류는 교환받거나 수리하면 된다. 그러나 불법 윈도우나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로 인해 고장나면 지원을 받기 힘들다. 재설치하거나 제대로 된 윈도우를 찾아 다시 헤매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해킹이다. 불법으로 설치되는 윈도우가 인터넷이나 P2P 사이트를 통해 내려받은 불법 소프트웨어인 경우에는 해킹 위험도 급등한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가 발표한 '불법 소프트웨어가 야기하는 사이버 보안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8개국에서 불법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PC 90대와 CD•DVD 165장을 분석 결과 이중 92%가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하는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악성코드가 다운로드되거나 유해 콘텐츠로 이동하는 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불법 복제 윈도우에 숨겨진 악성코드 종류는 고위험군 사이버 위협 범주에 속하는 '트로이 목마'가 51%를 차지했다. 트로이 목마에 감염되면 해커가 사용자 노트북에 접속, 컴퓨터를 조종해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암호화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가 직접 설치한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에 따른 책임은 고스란히 사용자 몫이다. 이 조사를 진행한 싱가포르 국립대 전자컴퓨터 공학과 '빕랩 식다르 부교수'는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는 효과적인 악성코드 전파 수단이 된다."며 "인터넷에서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하고 설치하는 일은 맬웨어 지뢰밭을 걷는 행위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프리도스 노트북은 무선 랜 같은 일부 드라이버는 사용자가 직접 설치해야 한다. ]

기회비용 측면에서도 프리도스 노트북이 반드시 이득이라고 할 수 없다. 노트북을 최신 상태로 쾌적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드라이버 설치가 요구되고 개인설정에 이르기까지 제법 많은 품이 들기 마련이다. 전용 드라이버가 설치되지 않으면 무선 랜, 블루투스, 웹캠, 카드 리더 같은 노트북의 주요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고장이 났을 때 노트북을 초기 상태로 복구해주는 복구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단점이다. 제조사가 별도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쓰면 되지만 파티션 같은 설정은 초보자에게는 복잡하고 성가신 작업이다. 물론 이 같은 혜택이 20만 원가량의 값어치를 하는 지의 판단은 소비자 스스로 해야 한다.


그러나 IT 기기 사용이나 프로그램 설치 등에 익숙한 젊은 층의 프리도스 노트북 구매가 늘면서 불법 소프트웨어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트북 제조사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 관계자는 "전문 지식이 없는 학생들이 가격만 보고 프리도스 노트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구입 후에 운영체제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봉한 제품은 반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품 윈도우를 구입하거나 불법 윈도우를 설치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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