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의 반가운 반란 "AMD 라이젠5·7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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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의 반가운 반란 "AMD 라이젠5·7 시리즈"
  • by 이상우

AMD가 절치부심해 내놓은 새 프로세서 '라이젠(Ryzen)'의 반응이 뜨겁다. '라이젠7'은 같은 8코어 인텔 익스트림 프로세서와 견주는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절반 수준 가격에 판매돼 가성비 측면에서 월등히 앞선다는 평가다. 싱글과 멀티 스레드 성능, 전력 효율(이것은 정말 AMD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제였다), 낮은 작동 전압 등 모든 면에서 전과 비교되지 않는 굉장한 발전이다. 1%에 불과하던 AMD CPU 판매 점유율도 라이젠7 출시 이후인 3월 13%로 크게 증가했다.

AMD는 오늘 간담회를 열고 라이젠7에 이은 더 대중적인 보급형 라이젠5 시리즈의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고춘일 AMD코리아 사장은 "지난 10년간 AMD는 인텔과 경쟁하기 매우 어려웠다.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소비자의 기대치를 맞추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라이젠 론칭 이후 우리의 기대보다 훨씬 빠르게 인텔과 경쟁구도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라이젠은 불운했던 과거의 실패작 이를테면 불도저, 비세라와 전혀 다른 CPU다. 새 설계와 CPU 리소스를 가상화하는 '가상 멀티스레딩 기술(SMT)' 등 내부에 변화가 많다. AMD는 과거 한 쌍의 코어마다 리소스를 공유하는 설계를 이용했다. 그러나 뜨거웠고 효율은 기대 이하였다. 라이젠은 코어가 4개의 코어 컴플렉스에 별개로 구성되어 있다. 2개 코어로 구성된 코어 컴플렉스가 8코어 라이젠 칩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클록이 향상되고 개선된 절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X370 칩셋이 탑재된 AM4 소켓 메인보드]

설계도 바꿨다. 라이젠은 CPU가 모든 작업을 처리하는 '헤비 듀티(Heavy-duty)'가 아니다. CPU라기보다 'SoC(Sytem-on-chip)'에 가깝다. 칩 상에 많은 인터페이스 기능이 포함되어 있고, 이를 AM4 소켓 칩셋이 보강한다. 요컨대 라이젠은 최대 8개의 물리 코어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를 둘러싼 인프라는 메인보드 칩셋에서 끌어다 쓴다. 라이젠7의 PCIe 레인 수는 총 24개이며, 16개가 GPU용이다. 최고급 메인보드 칩셋인 X370을 선택해 그래픽 카드 2개를 탑재할 경우 16개 레인을 8개씩 나눠 쓴다. 그리고 남은 레인을 NVMe 같은 주변기기가 나눠 사용한다. 이 모든 기능은 AMD에서 분사한 글로벌 파운드리스(Global Foundries)의 최첨단 14나노 공정으로 하나의 칩에 제조된다.

라이젠7은 8코어의 최상위 1800X와 중간 1700X, 하위 1700 3가지 모델로 구성된다. 인텔의 익스트림 CPU 브로드웰E 세대의 8코어 프로세서 '코어 i7-6900K'에 맞대응하는 라이젠7 1800X의 경우 가격이 절반 수준이고, 소비전력(TDP)은 3분의 2다. 프로세서 다이(반도체 본체) 크기 역시 작다. 이것은 라이젠 칩 자체가 콤팩트하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인텔 스카이레이크(6세대)와 카비레이크(7세대)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AMD 프로세서는 과거 부품 단위로 사서 직접 조립하는 DIY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이것을 의식한 AMD는 냉각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클록을 최대 200MHz까지 추가적으로 높이는 ’XFR(Extended Frequency Range)’ 등의 인공지능 패키지 '센스미'가 제공된다. 또 게이머와 콘텐츠 창작자, 익스트림 오버클럭커 등 고성능 CPU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 대상의 간단하지만 강력한 오버클러킹 도구 'AMD 라이젠 마스터 유틸리티'도 지원한다.

AMD는 단계적으로 라이젠 라인업을 늘려간다. 3월 2일 출시된 최상위 라이젠7에 이어 오늘 보급형 라이젠5 국내 판매가 시작됐다. 라이젠5는 4~6코어로 인텔 코어 i5 대항마다. 6코어의 1600X와 1600, 4코어의 1500X과 1400 등 4가지로 모델로 구성된다. 코어 수가 다를 뿐 라이젠7과 동일한 설계와 SMT 기법이 적용됐다. 왜냐하면 현재의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새로운 설계는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또 CPU 코어를 줄인 파생 제품은 코어 일부에 결함이 있거나 속도 수율이 낮은 상위 라이젠을 제품화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라이젠5는 가격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라이젠5 1600X가 32만 1000원, 1600은 27만 8000원, 1500X는 24만 2000원, 1400은 21만 4000원이다. 라이젠5 1600X와 동일한 6코의 인텔 i7-6850K는 현재 69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2배 이상이다.  

이날 공개된 벤치마크 자료에서 라이젠5의 경쟁력은 인상적이다. 라이젠5 최상위 1600X는 시네벤치 R15 멀티스레드 실험에서 인텔 코어 i5-7600K보다 87% 앞섰다. 게임 성능 비교에서는 적게는 3% 많게는 7%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은 절반이다. 최상위 라이젠7 1700X와 비교하면 격차는 35%가량이다. 지난 10년간 AMD는 인텔과 경쟁에서 완패했다. 가성비는 나무랄 때 없었지만 발열과 고부하 작업시 발생하는 오류 등 고질적 문제에 발목을 잡혔다. 라이젠이 PC 시장에서 AMD의 부활을 이끌고 새로운 시대를 열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노트북용 모바일 라이젠 칩에 대한 플랜도 아직 없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 비슷한 성능을 더 대중적인 가격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다시금 인텔과 치열한 CPU 경쟁을 벌이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가격은 내려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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