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IT 기업들은 드론에 매달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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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IT 기업들은 드론에 매달리는가?
  • by 이상우
드론을 호기심에 구입하는 사람은 꽤 늘어나고 있지만 호버링을 즐기고, 몇 번의 항공 촬영을 시도한 후에는 창고 속에 잠드는 경우가 많다. 드론의 활용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IT 기업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18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개최한 ‘트랜스포머(tansfomer)’라는 콘퍼런스가 열렸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개최한 행사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발표자들이 인공지능, 드론, 자율주행차 등 첨단산업의 최고 권위자라는 점에서 더 관심이 쏠렸다. 이 자리에서 로봇 청소기 ‘룸바’로 잘 알려진 드론 전문 제작사 '사이파이웍스' 창립자이자 CEO인 '헬렌 그레이너'는 “2020년이면 드론의 상업화를 위한 모든 기술적 준비가 끝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도 그럴것이 드론은 예능 촬영 현장을 비롯해 과학·마케팅·스포츠·엔터테인먼트 등 활동폭을 점점 넓히며 이미 우리 주위에서 수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영상 산업 드론 활용 주도

국내에서 드론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 등 영상 분야에서 먼저 사용되기 시작했다. 헬리캠보다 조작이 간단하고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날개가 4~8개의 달린 멀티콥터라 안정적이기 때문에 대상을 여러 방향에서 촬영하기 수월하다. 무엇보다 촬영이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화산 분화구나 바다 소용돌이 등을 위에서 내려찍는 영상도 드론을 통해 제작되고 있다. 드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헬기를 띄우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 사건 현장을 찍는 수밖에 없었다.

드론을 활용한 영상 제작을 이야기할 때 뮤지컬 ‘태양의 서커스’ 팀과 ETH 취리히 스핀오프 베리파이 스튜디오가 협업해 만든 ‘스파크드’를 빼놓을 수 없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이 영상에서 램프 처럼 꾸며진 드론이 마술사의 손짓에 따라 역동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전에 제작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영화감독, 카메라맨 및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기본 동작을 반영한 것이었다. 어느덧 드론이 인간과 다양한 방식으로 교감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스파크드 제작 비하인드 영상에는 각기 다른 조명이 탑재된 10대의 쿼드콥터 드론이 등장하는데 배우의 몸짓이나 눈짓에 따라 정교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를 통해 드론이 영화 등 예술분야에서 인간과 다양한 방식으로 교감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활용 가치가 높음을 예감케 한다.


드론의 상업적 활용은 택배 등 물류 분야가 영상 분야와 함께 주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상품을 중계하는 유통 영역에서 상품의 보관과 배송을 담당하는 물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상품 배송 서비스에 드론 도입 계획을 밝히자 상업용 드론 시장이 활기를 뛰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미국 특허청에 의해 공개된 아마존 특허 출원 문서에 따르면 ‘프라임 에어’ 드론 무인 택배 서비스는 상품을 주문한 소비자가 원하는 위치에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드론은 소비자 스마트폰 GPS를 통해 위치를 확인하고, 그 장소에 상품을 배달한다. 소비자는 집,회사 등 정해진 장소에서 드론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를테면 소비자가 집에서 주문을 마치고 30분 내에 도착 가능한 위치를 전송하면 해당 장소로 배달되는 것은 물론이고 건물 내외부에도 제한이 없다. 뉴욕 시내 한복판에서 상품을 건네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참고 영상 : 아마존 프라임 에어)

특허 문서에는 드론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되는데, 목적지까지의 경로는 비행 중 드론끼리 교환하는 날씨, 착륙 장소의 상황, 교통 상황 등의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중간에 교통량이 많은 도로 등을 가로질러야하는 경우 경로를 변경하거나 사람, 동물을 피해 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위치를 파악하여 짐을 내린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지금과 다른 형태의 쇼핑 문화가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매일 아침 택배기사가 소비자에게 일일이 전화로 상품 수령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배달 완료 여부를 입력하는 택배 프로세스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배달 도중에도 주문자의 시간대별 계획에 맞춰 위치 변경이 가능한 만큼 전체 프로세스에서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비용을 없앨 수 있다. 전자상거래와 물류 시스템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

물론 드론 택배가 기존의 택배 기사가 하던 일을 모두 대체할 수 있을지, 과연 그렇다면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모든 기술의 혁신이 그렇듯 드론 택배 역시 장거리 비행의 어려움, 안정성의 문제, 정부 규제 등 넘어야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고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기술의 발달은 언제나 우리의 사는 모습을 변화 시켜왔다는 점이다. 집집마다 드론 한대쯤 가지고 있어 필요할 때 마다 택배를 보내는 시대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겠는가.



태양광 산업 발전의 숨은 공신

드론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분야에서도 실력 발휘를 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분야에서 드론은 수백만 장에 이르는 대량의 태양전지 모듈 가운데서 과열 등 문제를 야기하는 모듈을 적외선 카메라로 검출하는 데 쓰인다. 사람이 측정기를 사용해 모듈 한 장 한 장을 일일이 검사하는 것에 비해 인건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미국의 태광양 산업을 주도하는 ‘퍼스트 솔라’는 세계 최대 규모인 290MW의 태양광 발전소에서 스카이캐치 드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드론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주변의 야생 동식물 보호에도 유용하다. 미국에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야생 동식물 서식지의 보전·관리는 의무사항이다. 건설 계획 단계에서 드론을 띄우면 건설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 동식물을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공중에서 레이저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레이더인 ‘라이더(LIDAR)’ 시스템을 이용하면 넓은 범위를 대상으로 물체의 위치와 거리, 형상을 식별하고 지상 공간의 데이터를 검색하거나 지형과 광산의 측정하는데 이용 가능하다. 광산 채굴 시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탄층 채굴을 위해 폭발물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때 드론은 상공에서 모든 폭발물이 폭발했는지를 안전하게 확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공중촬영 데이터를 통해 정규화 식생 지수(NDVI: 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를 산출하면 식물의 성장 능력과 밀도를 모니터링하거나 가 뭄과 수확량, 삼림 벌채 등의 상황 보고도 가능하다.



드론의 미래, 생태계가 좌우

드론 시장이 군사용뿐만 아니라 소비자 시장과 서비스 시장까지 크게 성장하면서 다양한 연관 산업이 등장하고 있다. 철저하게 하드웨어에서 시작된 드론은 정찰, 감시, 폭격 등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다 최근에는 취재를 위한 촬영용으로 활용되거나 간단한 물건을 배송하는데 쓰이고 있고 미래에는 그 용도가 매우 다양해질 전망이다. 일반적인 드론보다 해당 서비스에 특화된 드론 시장을 형성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드론 기업들이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대표적인 에어웨어처럼 드론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들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자 드론의 플랫폼 역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드론에 부가되는 기능이 많아지면서 소프트웨어가 관리해야 할 센서와 부품, 기능 또한 늘어났기 때문이다. 플랫폼이란 다양한 종류의 주체들을 모으고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매개지점을 뜻한다. 즉, 새로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이다. 애플과 구글이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 스마트폰 제조사와 앱 개발자, 사용자가 한데 어우러져 생태계를 형성했듯이 드론 시장에도 플랫폼이 필요한 시점이다. 에어웨어의 드론 운영체제인 ‘항공정보플랫폼(AIP)’이 대표적인 예다. AIP는 간단한 설정으로 드론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며 비상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앱을 통해 다양한 임무 추가가 가능하며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기기와의 연동도 가능하다. 드론 플랫폼을 선도할 경우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시장 모두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본격적인 시장 성장을 앞둔 드론 시장에서의 플랫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한편, 사물인터넷과 드론의 연계도 고려해볼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 에어는 소형 드론을 이용해 30분 이내에 물류를 고객의 집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다. 이는 드론을 포함한 물류 시스템의 거의 모든 요소들이 사물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이 주문을 하면 주문한 물품이 항공 운송 전용 케이스에 담겨 컨베이어 벨트에 오른다. 케이스가 드론 대기 장소에 정확히 배달되면 드론은 이 상자를 들고 고객의 집으로 날아오른다. 드론은 GPS를 이용해 인터넷에 입력된 고객의 주소로 자동으로 날아가고, 고객은 30분 만에 주문한 물품을 받아볼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데이터를 모으는 센서 덕분이고 사물인터넷 또한 그렇다. 사물인터넷은 입는 웨어러블을 비롯해 가전, 드론까지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매개체다.

이런 상상을 해보자.  

"아침에 눈을 뜨면 자동으로 커튼이 걷히고, 욕실에 따뜻한 온수가 준비되는 동안 주방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커피가 자동으로 내려진다.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오면 TV에서는 지난밤 뉴스 중에 사용자가 선호하는 뉴스만 선별해 화면에 나오고 커피를 비우고 집을 나서면 자동 방범시스템이 작동한다. 출근길 자동차 드렁크 위 드론은 미리 교통상황을 파악하고, 운전시 주의해야할 사항을 운전자의 스마트워치로 알려준다."

미래를 그린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일부는 지금도 가능하다. 사물인터넷과 드론이 일반화되면 우리 주변의 흔한 일상이 될 것이다. BMW i8을 이용한 컨셉카 ′이토스′는 드론을 활용해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꽃을 물어온다거나 차량과 디스플레이를 연동해 높은 곳의 경치를 스트리밍해주는 등의 심부름을 수행한다고 한다. 다음 영상의 3분 전후를 감상하자.



물론 민간용 드론을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벽이 존재한다. 드론의 편의성과 경제성이 더 높아진다 해도 현재 기술적 한계 보완과 드론 운영자의 윤리성, 도덕성, 그리고 사회적인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 현재 테스트 중에 있는 아마존 택배 서비스 ‘프라임 에어’ 등 상용 드론 서비스에 대해 사생활 침해를 비롯해 드론 간의 사고나 폭탄 테러를 염려하는 정부 차원의 규제 또한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기술의 진보는 우리에게 편안함과 편리함을 주는 만큼 이를 무분별하게 이용하거나 악용한다면 문명의 이기라는 점에 앞서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었서다.
드론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우리 일상에 스며들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각 사회에 맞게 활용하고 적응해야 한다. 그 과정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리뷰전문 유튜브 채널 더기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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