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한국 기업에게 들려준 3가지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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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한국 기업에게 들려준 3가지 조언
  • by 김정철

제너럴일렉트릭(이하 GE)의 회장인 제프리 이멜트가 지난 주말에 한국을 방한했습니다. ‘2016 GE이노베이션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 원고를 쓰면서 GE 앞에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망설여졌습니다. 실제로 GE가 어떤 기업인지는 이제 모호한 것 같습니다. 가전 사업을 하이얼에게 매각했기 때문에 가전 회사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하고, 에너지, 항공 터빈, 헬스 케어 등의 사업 등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의 회사라고 하기에는 맞지 않습니다. 이런 고민은 제 고민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래의 아주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을 보세요. GE의 정체성과 일반인들의 의문이 함축된 재미있는 클립입니다. GE가 만든 것치고는 드물게 재미있습니다. 




GE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그럼 GE의 대답은 무엇일까요? GE는 자신을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세기 GE는 가장 유명한 하드웨어 기업이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유지하기 위한 기본 소프트웨어에만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GE가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기술로 산업 전체를 디지털화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만든 것중에 대표적인 것은 '프레딕스'라고 하는 산업용 클라우드 플랫폼입니다. 프레딕스는 모든 기계를 제어하고 인터넷에 연결시키기 위한 플랫폼입니다. 이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전략) 전략을 세웠고, 다양한 사물인터넷 기반의 기술에 모두 적용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변화가 한 순간에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GE는 2011년에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세웠고,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까지 150억 달러(약 17조원) 규모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제프리 이멜트는 현재 GE의 목표의 절반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이제 GE는 IBM, SAP,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됐습니다. 불과 6년 만에 일입니다. 어떻게 이 짧은 기간 동안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요?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한국을 방한해서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 기업들에게 들려준 조언은 다음의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1. 산업을 디지털화하라

최근 들어 인류의 생산성 향상은 상당히 둔화됐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GE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생산성이 제품의 물리적 특성에 의지해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GE는 제품의 물리적 특성에 분석툴을 합쳐서 더 효율이 뛰어난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즉, 에너지 효율성의 극대화, 연비의 개선, 기계의 고장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막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분석, 빅데이터, IoT 같은 분석툴이 산업과 결합하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산업의 디지털화가 어떻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냉장고를 파는 게 더 이익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GE가 만드는 제트엔진의 연비를 1%만 개선하면 전세계적으로 30억 달러(약 3조 3천억원)의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만들지 않아도 3조가 넘는 부가가치가 형성됩니다. 즉, 삼성전자가 갤럭시 S7을 400만대 판매한 것과 같은 부가가치입니다.

이에 대해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케팩스(CAPEX-투자) 부분이 오펙스(OPEX-운영)로 이동하고 있다"라는 말로 요약했습니다. 설비를 완전히 새로 투자하는 것보다는 리스크를 줄이는 운영비용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이라는 얘기죠.


2. 기업 문화를 더 민첩하고 날렵하게 바꿔라

GE는 현재 180개국에 33만 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수합병도 잦습니다. 과거의 회사 시스템이라면 통제가 힘들 정도입니다. 이런 다국적 기업을 만든 이유는 단순합니다.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기업을 인수해서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얘기입니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과거에 GE는 내부에서 모든 것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 GE는 에코 시스템 안에서 모든 것을 하려고 한다."라고 답했습니다. 유연하고 빠른 시스템을 만들었고, 계층을 없앴습니다. 패스트웍스(FastWorks)라는 업무 툴을 만들어 제품 안전과 품질을 유지하면서 절차를 간소화해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혁신 경영 기법을 개발했습니다.

반면 자신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자신의 사업부도 과감하게 파는 것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GE는 2002년 '엔론'의 풍력발전부문을 인수했습니다. 2005년에는 보험사업부를 매각했습니다. 2013년에는 이탈리아의 항공부품업체인 '아비오'를 인수했고, 2014년에는 프랑스의 '알스톰'의 에너지 부문을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에는 하이얼에게 가전사업부를 팔았습니다. 매각과 인수가 거듭되면서 GE의 정체성은 휙휙 바뀝니다. GE는 가전 기업이었다가 에너지 기업이기도 했고, 제트 엔진 기업이었다가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빠른 적응력을 보이려면 모든 것을 혼자 추진하고 중앙집권적인 기업 경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또, 이런 적응력이 없이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새로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주장했습니다. 말로만 4차 산업혁명시대를 떠들지 말고 기업부터 문화를 바꾸라는 얘기입니다.


3. 저성장 시대에도 끝없이 투자하라

마지막으로는 미래를 위한 투자 얘기입니다. 현재는 저성장 시대이고,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이동할지 막막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리스크를 맞기 쉬우니까요. 그러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저성장 시대의 가장 큰 리스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업은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장 점유율을 놓치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GE가 만든 제트엔진에는 10억 달러(약 1조 1400억원)가 넘는 투자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최소 10년은 걸려야 회수가 가능한 금액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회장 자리에 있는 동안 다 회수하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저성장 시대에도 꾸준한 투자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야지만 성장의 시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의미 입니다.


제프 이멜트 GE회장, 강성욱 GE코리아 총괄 사장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그 밖에도 한국에 대한 평가와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 등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만 그런 얘기는 한국에서 열린 행사이기에 해준 덕담정도로 보면 됩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저성장 시대를 잘 넘겨야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빠르고, 더 민첩하게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죠. 유보금을 쌓아두고 자신과 코드가 맞는 정치권과 줄을 대느라 정신없는 우리나라 일부 기업들에게는 참고가 될 만한 얘기 같습니다. GE는 1896년 미국의 주식시장인 다우존스 지수가 처음 설계되었던 당시에 포함된 기업 중에 현존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입니다. 이런 오래된 공룡이 한국의 기업들보다 훨씬 더 젊어 보입니다. 솔직히 부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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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jc@thege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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