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붙은 태블릿은 유용할까? 삼성 패밀리 허브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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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붙은 태블릿은 유용할까? 삼성 패밀리 허브 냉장고
  • by 김정철
삼성전자가 지난 30일 '삼성 패밀리 허브 미디어데이'를 개최하고 21.5인치 디스플레이가 달린 패밀리 허브 냉장고를 공식 출시 했다. 이 냉장고는 CES에 처음 공개됐고 혁신상을 비롯해 총 8개의 상을 받았다. 그나저나 CES는 무슨 상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거의 한국의 연말 연예대상만큼 상을 남발한다.

어쨌든 패밀리 허브 냉장고는 내부에 세 대의 카메라를 달아 문을 열지 않고도 내부를 볼 수 있는 푸드 알리미 기능과 전면부에 21.5인치 태블릿을 달았다. 가격은 837리터 기준으로 650만원 정도다. 가격은 성공한 셰프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비싸지만 삼성의 셰프 컬렉션 시리즈는 기존에도 워낙 비쌌으니 가격에 대한 문제는 논외로 하자.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냉장고에 붙은 태블릿의 효용성이다.


태블릿과 냉장고는 과연 좋은 조합일까?

[10년전 제품은 다행히 착탈식이었다.]

삼성이 냉장고에 모니터를 달려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10년 전에도 냉장고에 끔찍한 짓을 했다. 삼성이 2006년 출시한 '스마트 지펠'에는 10.4인치 터치스크린이 들어 있었다. 기능도 지금과 비슷했다. 메모, 인터넷, 가계부 등등. TV 기능도 있었다. 이번 패밀리 허브는 다행히 TV는 달려 있지 않다. 냉장고 앞에 서서 TV를 보는 게 자신들이 생각해도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뭐가 다를까? 아래 영상을 보자. 


놀라운가? 삼성이 내세운 기능은 화이트 보드, 메모, 온라인 쇼핑, 쥬니버, 뮤직, 라디오, 포토앨범 등이다. 10년 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이런 기능들은 언뜻 솔깃하지만 사실 메모나 쇼핑, 쥬니버 등을 일어선 채로 한다는 것은 생활습관과 전혀 맞지 않는다. 냉장고 안에 내용물을 보며 쇼핑을 한다는 것은 언뜻 편리해 보이지만 어차피 구입을 하려면 냉장고 문을 닫고 냉장고 문에 붙은 디스플레이를 켜야 한다. 그럴 바에는 그냥 일반 태블릿 하나를 손에 들고 쇼핑을 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다른 기능들 역시 냉장고 옆에 태블릿 하나만 세워둬도 모두 해결된다.

물론 태블릿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있을 거다. 그래서 패밀리 허브 냉장고의 UI는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그러나 이 역시 태블릿에 이런 쉬운 UI를 제공하는 앱 하나만 설치하면 끝나는 일이다. 그 편이 더 유용하고 3~5년 후에는 태블릿을 업그레이드하기도 쉽고 더 저렴하다. 굳이 태블릿을 냉장고에 붙이고 싶다면 스마트폰용 마그네틱 두 개 정도만 뒤에 붙여서 냉장고에 붙이면 된다. 이제 삼성전자가 할 말이 점점 없어질 거다.

그래서 삼성만의 비장의 필살기를 만들었다. 삼성은 냉장고 내부를 볼 수 있는 카메라 3대를 설치했다. 냉장고 문을 열지 않고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어 전기도 아끼고 편리하다고 한다. 이 기능은 솔깃해 보인다. 그러나 냉장고 관음증 환자가 아닌 다음에야 카메라를 통해 얼마나 자주 내용물을 볼까? 그리고 효용성에서 보면 LG 시그니처 냉장고처럼 투명 디스플레이를 달아 내부를 바로 볼 수 있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 그래도 이 기능만큼은 그나마 칭찬할 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다.


냉장고의 스마트화는 교체주기만 앞당길 뿐이다.

우리는 IoT가 좋은 것이고 생활을 편리하게 해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도 냉장고가 똑똑해지고 스마트화되는 것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임베디드(미리 내장된 기능) 스마트 제품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필수 기능이 아닌 부가 기능 때문에 고장률이 잦아지고, 결과적으로 교체주기만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50만원짜리 태블릿 때문에 650만원 짜리 냉장고를 바꾸게 된다면 황당할 것이다.

더 심각한 얘기가 남아 있다. 보안 문제다. 안드로이드나 iOS, 또는 윈도우 같은 경우는 보안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업데이트도 잦다. 그러나 삼성 냉장고에 붙은 타이젠 OS는 의심해 보는 게 합리적이다. 바쁜 삼성전자의 개발자들이 과연 5년 전에 누군가 우겨서 억지로 만든 냉장고의 붙은 태블릿의 보안 업데이트를 패치할까? 이건 내 억측이 아니다. 삼성은 지난해에도 스마트 냉장고 'RF28HMELBSR'의 보안문제가 대두된 적이 있다. 냉장고가 해킹되는 건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기껏해야 온도를 조절해 음식물을 상하게 만들 뿐이다. 그러나 스마트 냉장고는 다르다. 패밀리 허브는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에 쇼핑 계정, 카드 번호 등이 탈취될 수 있다. 이건 아주 심각한 얘기다.

냉장고에 대형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는 것은 마치 자동차에 대형 디스플레이가 달린 테슬라 모터스를 연상하게 한다. 첨단 기술은 생활을 풍요롭게 할 것이고 우리의 집을 스타트렉의 조정실처럼 보이게 할지 모른다. 그러나 태블릿이 붙어 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비행기나 자동차 같은 곳에서는 태블릿이 유용하지만 생활 가전에는 그다지 유용한 게 아니다.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가습기, 밥솥 같은 것은 기능에 충실하면 될 거 같다. 굳이 스마트 기능이 필요하다면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연동되는 정도면 충분하다. 샤오미가 좋은 예다. 

태블릿이 붙은 냉장고는 300만원짜리 냉장고를 650만원 받는 데는 유용하지만 소비자에게는 그다지 좋은 제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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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jc@thege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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