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대별로 가장 추천할 만한 이어폰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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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대별로 가장 추천할 만한 이어폰 5개
  • by 김정철
솔직히 말하면 15년간 수 많은 제품을 리뷰했지만 이어폰 리뷰는 쉽지 않다. 음질 차이도 미세한 편이고 플레이어의 영향도 상당히 크다. 수 백개를 리뷰하면서 처음 들은 소리를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뇌리에 남은 5개의 이어폰을 되새겨 봤다. 여기에 소개하는 이어폰들은 결국 돈값을 하는 제품이고, 내가 직접 구입하거나 구입하고 싶었던 제품이다. 다만 최신 이어폰은 빠져있다. 음향공학은 그리 빠르게 변하지 않으니 큰 문제는 없을 거다. 

 

1. 더 하우스 오브 말리 - 업리프트 




이 리스트에 최상단은 가성비 왕인 2만원짜리 LG 쿼드비트2를 꼽아도 문제가 없을 거다. 그러나 LG라는 로고는 너무 전자제품같다. 만약 심리적 감성이 음악 감상에 영향을 준다면 LG보다는 '더 하우스 오브 말리'를 추천하고 싶다. 트레드 머리에도 잘 어울릴만한 멋진 디자인과 5만원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이다. 음질 특성은 중저역에 치중되어 있다. 따라서 팝, 힙합, 레게에 최적화됐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더 하우스 오브 말리는 레게뮤지션 밥말리를 기리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밥말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져 있으며 수익금의 일부는 '원러브 재단'에 기증한다. 사실 원러브 재단이 무슨 재단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재단은 대부분 사기꾼들인데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 자브라 - 스포츠 록스 (Sports ROX)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생에 10% 정도를 아이돌과 블루투스 제품을 욕하는데 허비한다. 그러나 흥분하지 말자. 이건 음악 감상용보다는 다기능 이어폰으로 추천한다. 사실 운동을 할 때는 블루투스 이어폰처럼 효과적인 제품도 없다. 자브라 스포츠 록스는 겨우 19g의 무게에 배터리와 블루투스 모듈을 모두 집어 넣었다. 또, 방수를 지원해서 땀이나 갑작스러운 비에도 고장을 방지할 수 있다.
음질 특성은 중저역이 살짝 과장된 음색이다. 그러나 이런 약점이 운동을 할 때는 오히려 장점이 된다. 격렬한 움직임에도 소리가 제대로 들린다. 워낙 작은 탓에 배터리 시간이 5시간 밖에 안 되는 점은 단점이지만 현대 인류는 5시간 동안 계속 운동을 할 수 없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혹시 5시간 동안 계속 운동을 하고 있다면 뭔가가 잘못된 거니 즉시 중단하자. 가격은 10만원 대다. 


 

3. B&O A8




개인적으로 나는 이 이어폰을 지난 20년간 세 번 구입했다. 치매가 온 것이 아니다. 그만큼 편리하고 매력적이다. 대부분의 고음질 이어폰들이 귀에 삽입을 해야 하는 커널형 이어폰인데, 삽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3번 산 것을 보면 알겠지만 난 삽입이 정말 싫다. A8은 귀에 걸치는 오픈형 이어폰이면서 이어가드가 있어 귀에서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발매 된지는 이미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감각적이며, 인체공학적 설계가 멋지다.
음질 특성도 개성이 강하다. 저역은 다소 부족하지만 고음역이 매력적이어서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에도 잘 어울린다. 15만원 정도의 가격은 20년 전에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웠지만 가격이 계속 고정되면서 이제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게다가 B&O이다. 대부분의 B&O의 제품은 우리 연봉보다 비싸다. 


 

4. 아토믹 플로이드 - 슈퍼다츠 티타늄 리모트




끝말잇기에서 이길 수 있는 물질들로 만든 제품들은 대부분 매력적이다. 마그네슘, 티타늄, 알루미늄 등등. 아토믹 플로이드의 최고급 모델인 '슈퍼다츠 티타늄 리모트'는 이름처럼 티타늄 재질이다. 티타늄이 음질적으로 우수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강해 보이고, 비싸 보이며, 남자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영국인들이 만드는 제품답게 음질 특성은 극단적이다. 고역과 저역이 강조된 흔히 말하는 V자형이다. 다른 이어폰들이 잘 재생하지 못하는 초고역과 초저역을 재생해 내고 대신에 중역대는 과감히 포기했다. 반응도 극단적이다. 한심한 소리라는 얘기부터 천상의 소리라는 반응까지. 쉽게 다룰 수 있는 이어폰은 아니지만 자신이 가진 플레이어와 잘 매칭한다면 다른 이어폰에서 듣기 힘든 다이나믹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격은 40만원 후반대.

 

5. AKG K3003, 젠하이저 IE800




운 좋게 부자라면 최고급형 이어폰에 시선을 돌려보자. 일반적으로 가장 비싼 이어폰을 꼽으면 AKG의 K3003과 젠하이저 IE800을 꼽는다. 물론 하이파이 세계에는 더 비싸고 독특한 제품도 많지만 그 쪽 세계는 더기어 독자들이 발을 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일반적으로 양산화되는 제품 중에는 이 두 제품이 가장 비싸고 음질이 가장 좋다.
두 제품은 모두 훌륭한 소리를 들려주지만 굳이 구분하자면 AKG는 해상력이 더 낫고, 젠하이저는 저역이 멋지다. 두 제품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차피 둘 다 사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성비를 따지면 현재 70만원대까지 떨어진 젠하이저 IE800이다. AKG K3003은 아직도 110만원대지만 그 가격에 부합하는 훌륭한 음질을 들려준다. 그래서 둘 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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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김정철 jc@thege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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