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텔앤컨 '칸(KANN)' 리뷰, 다시 차별화에 성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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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텔앤컨 '칸(KANN)' 리뷰, 다시 차별화에 성공하다
  • by 김정철

스마트폰으로 인해 MP3 플레이어의 존재가 무의미해졌을 때, 아이리버는 아스텔앤컨이라는 고음질 플레이어 브랜드를 공개했다. 2012년 10월 출시한 아스텔앤컨 AK100은 스마트폰이 재생할 수 없는 24비트 원음을 재생해 내며 아이리버를 기사회생 시켰다. 그러나 이후로는 다시 스마트폰이 따라 잡았다. 2013년 출시한 스마트폰 LG G2는 24비트 음원 재생이 가능했다. 아이리버가 어렵게 찾아낸 차별화가 단숨에 따라 잡힌 거다. 이후에 포터블 플레이어들은 DSD재생이나 소재의 고급화를 내세웠으나 DSD 음원은 극히 일부 마니아들을 위한 음원이고, 소재의 고급화는 가격만 올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반면 지난해 나온 LG의 V20은 ES9218 DAC칩을 장착했는데, 32비트 음원을 재생했고, 4개의 DAC가 통합된 칩셋이었다. (음질과는 별개로) 스마트폰의 스펙이 전문 포터블 플레이어를 뛰어 넘은 것이다. 그리고, 아스텔앤컨은 고심끝에 칸(KANN)을 내놓았다.



앰프 내장형 플레이어

칸은 아날로그 앰프가 내장되어 있는 플레이어다. 스마트폰이 계속해서 포터블 플레이어들을 따라잡았지만 이 부분만큼은 따라잡기 힘들다. 아스텔앤컨이 또 다시 차별화를 무기로 삼은 셈이다. 칸은 7Vrms(하이게인, 발란스시) 출력의 앰프가 내장되어 있는데, 기존 아스텔앤컨의 일반적인 출력이 2Vrms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3.5배 이상의 출력이 보장된다. 출력이 높으면 임피던스가 높은 헤드폰을 쉽게 울려줄 수 있다.

보통 고가의 헤드폰들은 임피던스가 높다. 고음질로 유명한 젠하이저 HD800은 300옴에 달하는 데, 칸은 이 정도 헤드폰도 울려줄 수 있도록 고출력에 중점을 둔 모델이다. 라인아웃도 내장했다. 라인아웃을 이용하면 다른 앰프에 연결하거나 카오디오 등에도 쉽게 연결할 수 있게 됐다.



두툼해진 디자인

단점은 디자인이다. 앰프가 내장됐기 때문에 기존의 날렵하고 날카로운 아스텔앤컨 대신에 두툼하고 투박한 외형으로 변했다. 결코 예쁘다고 할 수 없는 디자인이다. 크기는 한 손에 잡힐 정도지만 두께가 25.6mm로 꽤 두껍다. 무게도 278g으로 웬만한 스마트폰 2개 무게다. 당연히 휴대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앰프 내장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 하다. 또, 스마트폰과 어차피 디자인 경쟁을 한다는 것도 의미가 없긴 하다. 오히려 아스텔앤컨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렇게 두툼해진 이유 중에 하나는 앰프 공간이 필요했고, 또, 배터리 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오른쪽은 AK240]

기존 아스텔앤컨 시리즈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6,200mAh의 용량으로 24비트 음원을 14시간 가까이 들을 수 있었다. 이론상이라면 일반 MP3 파일은 30시간 이상 들을 수 있다. 고속 충전을 지원해 60분 충전시 6.5시간 사용이 가능해진 것도 장점이다. 두께가 두꺼워지면서 장점도 있다. 직립시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몸체는 알루미늄 재질이고, 몸체에 물결무늬 홈을 파서 빛에 따라 그라데이션이 일어난다. 색상은 (아스트로) 실버와 (에오스) 블루 색상이다. 디스플레이는 480x800 사이즈의 4인치 터치스크린이다. UI나 반응속도는 기존 아스텔앤컨 시리즈와 비슷하다. 칩셋이나 하드웨어는 AK300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디스플레이 하단에는 물리 버튼이 있는데, 직관적이고 무척 편리하다. 이번 칸은 고급스러움보다는 실용성에 올인한 모델이다. 다른 아스텔앤컨에 비해 훨씬 더 직관적이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측면은 마치 라이터처럼 마감했고, 볼륨키도 돌출형이 아니라 본체 라인안에 집어 넣었다. 볼륨을 돌릴 때는 단계별로 걸리는 손 맛이 쏠쏠하다.

상단에는 전원 버튼과 4개의 아날로그 출력이 있다. 오디오포트, 2.5파이 발란스 아웃 포트가 있고, 라인 아웃 역시 언발란스, 발란스가 각각 있다. 상단에 나사가 돌출돼 있는 것에서 느껴지듯이 고급형이 아니라 실용성을 강조한 모델이다.

하단은 정말 복잡하다. 마이크로SD슬롯과 일반 SD슬롯이 있고, USB타입C포트와 일반 USB포트까지 있다. 내장 메모리 64GB와 256GB~512GB SD카드, 그리고, 256GB의 마이크로SD카드까지 확장하면 최대 576GB~832GB까지 내장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USB는 컴퓨터와 연결하면 USB DAC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새로 도입한 USB타입C포트는 고속 충전과 빠른 데이터 이동이 가능하다. 여러모로 편의성이 늘어났다.


확장성

아스텔앤컨은 무선 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칸 역시 블루투스, 와이파이는 물론 AK 커넥트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제어가 가능하고, NAS나 PC와의 연동도 가능하다. 블루투스는 4.0버전으로 aptX HD코덱을 지원한다. 24비트로 깨끗한 음질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 와이파이는 802.11b/g/n 을 지원한다. 또, USB로 컴퓨터와 연결하면 32비트 384khz로 업샘플링해서 음원 재생이 가능하다. 디자인에서 봤듯이 라인 아웃이 있어 추가적인 앰프 연결도 가능하다. 라인 아웃은 발란스와 언발란스 두 가지 포트가 있다.


음질


DAC로는 AK4490 싱글DAC를 적용했다. DAC스펙은 AK300과 동일하다. 음색은 기본적으로 아스텔앤컨 시리즈의 연장선상이다. 정숙한 배경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서기 보다는 넓고 잔잔하게 음악을 들려준다. 그 중에서도 AK4490칩셋 제품들은 좀 더 밝은 음색을 보여줬는데, 칸은 앰프가 내장되면서 이런 성향이 더 강해졌다. 구동력이 강해지면서 쉽게 말하면 좀 더 탱글탱글한 음악을 들려준다.

싱글DAC이기 때문에 분리도에 있어서는 상급기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나 높아진 밀도감이 이런 단점을 상쇄한다. 특히 저역의 밀도감이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좀 더 밀어주는 힘이 강하고 음이 단단하게 느껴진다. 어떤 헤드폰을 쓴다해도 스트레스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상급기와는 분리도나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지만 시원하게 밀어내는 힘과 무난한 음질은 기기보다는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론

AK 칸은 기존 모델들과는 달리 숫자를 쓰지 않고 '칸'이라는 독립적인 라인업이다. 라인업으로 볼 때, 앰프가 결합된 모델을 많이 내놓지는 않을 듯 하다. 칸은 고급화보다는 편의성과 실속에 올인한 모델이다. 음질적으로 본다면 아스텔앤컨 시리즈의 특성 위에 좀 더 밝고 힘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매력적인 것은 가격이다. 기존 AK300에 앰프가 추가된 정도의 스펙이지만 출시가로 예상된 129만원의 가격으로 나온다면 아스텔앤컨치고는 저렴한 편에 속한다. 아스텔앤컨이 외관이나 스펙이 아닌 음악이라는 본질로 돌아왔다는 것. 그리고 현실적인 가격으로 내려왔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점

- 앰프 내장형의 높은 출력
- 긴 배터리와 USB타입C 고속충전 채택
- 밀도감이 높아진 음질
- 합리적인 가격


단점

- 투박한 디자인
- 복잡한 하단 포트
- 2% 아쉬운 분리도,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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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jc@thege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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