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아이리버와 아스텔앤컨, 지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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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아이리버와 아스텔앤컨, 지속될 수 있을까?
  • by 김정철
아이리버에게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MP3 플레이어 시대에 4천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대학생들이 선호하던 기업 1순위던 아이리버는 애플 아이팟나노 출시 이후로 급격히 하향세를 보였고,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치명타를 맞았다. 계속되는 영업적자로 인해 2011년에는 보고펀드에 매각되면서 아이리버의 신화가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반전은 있었다. 2012년 말 출시한 아스텔앤컨이라는 서브 브랜드다. 계속되는 적자 속에서도 2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아스텔앤컨 AK100은 24비트 음원을 재생하는 고음질 플레이어로 스마트폰이나 MP3 플레이어의 음질에 만족하지 못하던 많은 하이파이 유저들을 끌어 모았다.

[고음질 플레이어의 신호탄을 쏜 아스텔앤컨 AK100]

그 결과 아스텔앤컨은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24비트 포터블 플레이어 브랜드가 됐으며, 아스텔앤컨의 성공적인 런칭으로 인해 아이리버는 2014년, 매출 532억 당기순이익 23억원을 기록하며 회생기미를 보였다. 그리고 SK텔레콤이라는 국내 최대 통신사에 피인수되며 사업이 확장되는 듯 했다. (인수대금은 295억원) 그러나 SK텔레콤 인수 이후에 아이리버의 행보에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아이리버는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아스텔앤컨의 고급화 전략에 집중했다. 69만원대로 시작한 아스텔앤컨의 초기모델 AK100은 2015년 출시한 AK380에 이르러 428만원까지 올라갔다. 아스텔앤컨측에서는 스펙이 높아졌고 소재를 고급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가격상승이라고 설명했지만 아스텔앤컨은 대중에게서 멀어졌다. 특히 가격대가 비싸지며 국내 소비자들의 이탈이 심해졌지만 국내 매출 비중이 높지 않아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게다가 소니, 코원, 캘릭스, 아이바쏘, 피오 등의 경쟁자들이 생겨났고, LG, 삼성 스마트폰들이 고음질 재생을 내세우면서 아스텔앤컨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2016년에 이르러 시장의 변화를 감지한 아스텔앤컨은 신제품 AK300을 129만원, AK70을 79만원대로 낮췄으나 이미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을 되찾는데 실패했다.

[올해 출시한 AK380SS는 앰프를 합쳐 660만원의 가격이었다.]

실적도 나빠졌다. SK텔레콤이 아이리버를 인수한 2014년에는 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2015년에는 당기순이익 6억원, 지난해에는 523억원 매출에 무려 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연히 아스텔앤컨 브랜드의 존립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늘어났다. SK텔레콤 인수 이후 최대 9,980원을 기록했던 주가도 최근 3,405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발매된 지 2년이 지난 일부 제품에 대해 파격적인 할인을 감행하며 우려의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그러나 아스텔앤컨 측에 문의한 결과 지속성에 대해 자신했다. 지난해의 적자는 신사업에 대한 투자로 인한 일시적인 적자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신제품이 준비되고 있으며, 최근 서비스를 중지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던 아스텔앤컨의 쇼룸인 '스트라디움'도 계속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루머를 일축했다. 참고로 이태원에 위치한 스트라디움은 2015년 개관 이후에 문화와 제품을 결합한 성공적인 공간이라는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많은 유지비로 인해 최근 폐관한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아스텔앤컨이라는 브랜드는 세계 최초의 포터블 24비트 플레이어로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동남아, 유럽 등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아스텔앤컨의 모태인 아이리버는 세계 최대의 MP3 플레어어 업체로 한 시대를 장식했다. 이런 브랜드가 없어지는 것은 국내 산업계의 손실이며 소비자에게도 손해다. 다만 아이리버의 상황이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스텔앤컨은 점차 포터블 제품이 각광받는 최근 음악감상 트렌드에 잘 맞는 브랜드다. 최근 소니는 포터블 제품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며 '시그니처'시리즈를 내놓기도 했다.

또, 인공지능 스피커의 인기로 인해 음향 산업이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해 SK텔레콤이 발매한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는 아스텔앤컨의 음향 튜닝이 들어가 완성도를 높인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에게 인수된 하만카돈이나 뱅앤올룹슨처럼 전자제품, 디지털기기와 제휴한 뒤에 라이센스비를 받는 사례도 고려할 만 하다. 그러나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대와 복잡한 라인업으로 인해 위기에 빠지는 것은 명품 브랜드의 성장에 항상 등장하는 레퍼토리다. 우선 라인업을 정리하고, 핵심 라인업의 가격대를 현실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고급화나 콜라보에 집중하기 보다는 음질과 음질 기반 기술 향상에 투자하는 게 아이리버에게 남겨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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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jc@thege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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