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20, 음질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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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V20, 음질은 어떨까?
  • by 김정철
LG V20은 쿼드 DAC, 즉 4개의 DAC를 장착해 일반 오디오 플레이어에 비해 더 뛰어난 음질을 들려준다고 한다. 그러나 음질은 상당히 여러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만약 DAC만 늘린다고 음질이 향상된다면 전세계 오디오업체들은 DAC만 늘리는 경쟁을 하게 될 거다. 음질에 있어 DAC는 많은 역할을 하지만 DAC의 숫자가 곧 좋은 음질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V20의 음질을 다양한 음원 포맷, 헤드폰, 이어폰을 통해 테스트 했다.

우선 스펙부터 알아보자. LG가 자랑하는 쿼드 DAC, 즉 ES9218 DAC를 탑재했다. ESS 테크놀로지가 지난 8월 공개한 최신 칩셋으로 V20에 최초 적용됐다. 모바일용이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가 적고, 노이즈도 적으며, 임피던스가 높은 헤드폰도 구동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특히 최상위 음질 포맷인 DSD도 재생이 가능하다. 이 칩셋은 G5나 V10에 들어간 칩셋과는 다소 다르다. 32비트 스테레오 쿼드 DAC + 고출력 헤드폰 앰프 + 아날로그 볼륨 콘트롤이 통합된 칩셋이다. 따라서 별도의 앰프 칩셋을 달지 않아도 되므로 기존 제품에 비해 전력소모가 줄어든다.

우선 몇 가지 음악을 감상해 봤다. 다만 LG가 기본 제공하는 음악어플은 품질이 좀 떨어진다. 푸바2000(무료)을 깔기를 추천한다. 음이 좀 더 선명해진다. 일단 1~2시간 음악을 들어봤는데 발열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배터리 떨어지는 속도도 납득할 만 하다.

음질 기본기는 대단하다. 노이즈가 적고, 해상력이 뛰어나다. 쿼드 DAC 덕분이다. DAC는 끄거나 켤 수 있는데, 켜는 순간 누가 들어도 시원한 소리로 바뀐다. 세밀한 표현력은 일품이고 V10에 미세하게 있던 노이즈를 거의 느낄 수 없게 됐다. 음색은 뱅앤올룹슨이 튜닝한 특색이 드러난다. 뱅앤올룹슨 튜닝의 특징인 중역대를 다소 과장한 소리다. 약간 음장을 먹인 느낌이 날 정도지만 워낙 표현력이 세밀하고, 노이즈가 적기 때문에 위화감은 적다.

특히 피아노 음악을 들으면 누가 들어도 뱅앤올룹슨 오디오다. 차갑고 깔끔하게 떨어진다. 잔향도 적은 편이다. 역시 뱅앤올룹슨이 튜닝한 번들 이어폰과 매칭하면 귀가 좀 피로할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저역이 살짝 강조된 플랫한 성향의 헤드폰이나 이어폰, 예를 들어 젠하이저 모멘텀, 유코텍의 UBQ-ES903하고 잘 매칭된다. 그리고 번들 이어폰보다 오히려 뱅앤올룹슨 A8하고의 매칭이 더 좋다.

매칭 얘기를 좀 더 하면 중고역의 해상력이 좋고, 중역대가 약간 부스팅된 듯한 느낌이기 때문에 저역을 강조한 헤드폰, 예를 들면 닥터 드레나 피델리오 헤드폰과 매칭하면 울림이 좀 과하다. 그러나 풍성한 소리를 좋아하고, 저역의 양이 과다한 쪽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추후에 좀 더 많은 이어폰, 헤드폰과 테스트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전반적으로 거의 모든 음악 장르에서 부족함이 없다. 팝이나 가요는 최상급의 실력을 보여준다. 보컬 표현은 탁월하고, 오케스트라나 라이브 음원에서도 세밀한 해상력이 빛을 발한다. 다만 클래식 소품은 매칭이 좀 까다롭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음원의 경우는 좀 부담스럽게 나서는 느낌이 든다. 사실 모든 장르에 다 어울리는 오디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궁금한 질문이 있다. 이 정도면 어느 가격대의 플레이어와 맞먹을까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V20의 가치를 압축하는 질문이지만 동시에 선정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내 생각으로는 DAC의 기본 성능은 V20이 어느 플레이어와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 하지만 튜닝 방향은 확실히 다르다. V20은 누가 들어도 알기 쉬운 소리를 낸다. 대신 플레이어 개성이 강해서 이어폰, 헤드폰과 매칭하는 재미는 좀 떨어진다. 단점은 아니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잘 풀어놨다.

전문 플레이어들은 튜닝의 여지를 많이 열어 놓는다. 아날로그 기판 설계로 기기 자체의 노이즈를 줄이고, DAC칩셋의 성능에 모든 것을 의지하는 것이 아닌 앰프 튜닝에 공을 들인다. 따라서 전문 플레이어는 추가 앰프를 달거나 헤드폰 매칭에 따라 좀 더 다양한 음색을 즐길 수 있다. 그게 전문 플레이어의 존재가치다.

좋은 재료만으로 음식값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요리사의 노하우와 작은 디테일의 차이가 가치를 다르게 만든다. V20은 아주 편하고 알기 쉽게 좋은 음질을 즐기도록 만들었다. 스마트폰같은 올인원 기기가 줄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100만원 짜리 헤드폰이 30만원짜리 헤드폰에 비해 3배의 가치가 있을까? 무의미한 질문이다. 마찬가지로 100만원대의 소리, 200만원대의 소리를 규정짓는 것도 무의미하다. 

다른 질문 하나. V20의 음질과 비교할 만한 스마트폰은? 이 부분은 확실히 답할 수 있다. 현재는 없다. 

정리해 보자. LG V20은 음질면에서는 단점을 찾기 힘든 좋은 제품이다. 워낙 좋은 음질에, 번들 이어폰도 뱅앤올룹슨의 확실한 DNA가 흐른다. 다양한 어플 설치가 가능하고, 스트리밍 플레이부터 aptX-HD 지원으로 무선 기능도 뛰어나다. 손쉽게 고품질 음원을 즐기기에는 가장 유리한 제품이다.

다만 음질은 음질일 뿐이다. 순수히 음질 때문에 스마트폰을 고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장된 카오디오가 좋다고 자동차를 선택하는 사람은 드물지 않은가? 스마트폰에서 오디오는 옵션 중에 하나다. 음질을 강조하는 방법도 조금 아쉽다. 고음질 플레이어를 내세웠다면 기본 용량을 128GB나 256GB로 키우거나, 아날로그 볼륨휠 등을 제공했다면 어땠을까? 24비트 음원 500곡이면 내부 용량이 가득 차 버린다. 내장공간이 아니더라도 마이크로 SD카드를 128GB짜리 하나 껴줬다면 조금 더 설득력이 있었을 거다. 작년에 V10이 미국에서 발매할 때는 128GB 메모리 카드를 사은품으로 주기도 했다. 미국쪽 유통업자들이 확실히 스토리텔링이 강하다. 

단점 아닌 단점은 이 정도다. 음질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 심지어 스마트폰의 음질이 굳이 그렇게까지 좋을 필요가 있냐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는 사람도 있다. 바꿔 말하면 LG가 V20을 통화기능을 빼고 내놓았다면 큰 칭찬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소리가 아주 좋은 플레이어를 저렴하게 내놓았다고. 그 정도로 V20의 음질만큼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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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jc@thege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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