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결국 두 손을 들었다. 퓰리처 상을 받은 사진을 나체 사진이라며 삭제한 결정을 뒤집었다. 노르웨이에서 벌어난 일이다. 노르웨이의 언론인 톰 에글랑은 ‘네이팜 소녀’란 이름이 붙은 사진 한 장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베트남의 아홉살 여자 아이가 벌거벗은 채 뛰는 모습이었다.톰은 단순히 어린 여자 아이의 벌거벗은 모습을 올린 게 아니었다. 이 사진은 1972년 베트남계 캐나다인 킴 푹이 폭탄의 불길이 옷에 옮겨붙자 옷을 모두 벗고 뛰쳐 도망치는 모습을 담았다. 어린 여자 아이의 나체를 찍었기에 당시 AP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으나 미국에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진이 되었다.그런데, 페이스북은 이 유명한 사진이 커뮤니티 정책을 위반했다며 지웠다. 그리고 톰이 사진을 올리지 못하도록 사진 업로드 기능을 막았다. 이 일은 일파만파 커졌다. 페이스북이 퓰리처 상을 받은 사진에 대고 들이민 잣대가 어이 없을 뿐 아니라, 과도한 검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페이스북의 결정에 반대하는 뜻으로 킴 푹의 사진을 올리는 페이지와 계정이 나왔다. 노르웨이 수상도 여기에 동참했다.알고리즘으로 하는 일이라는 페이스북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었다. 그 알고리즘은 하늘이 내린 계시처럼 수정 불가하며, 창조자가 없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을까.9월 10일, 페이스북은 삭제하던 네이팜 소녀의 사진을 복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저 멀리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이 일은 해프닝으로만 볼 수 없다. 페이스북은 매일 11억 명이 방문하는 사이트다. 네이버 첫화면과 같은 메인 페이지가 없는 대신 알고리즘을 추리고 거른 글과 사진을 사용자 한 명 한 명에게 다른 구성으로 보여준다. 페이스북에 접속한 사람은 친구의 소식도 페이스북이 보여주느나 안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소식을 전혀 모를 수 있다. 일부러 찾아가면 알겠지만, 페이스북은 그런 번거로운 작업 대신 알고리즘으로 떠먹여주는 소식을 들으라고 한다.이 거대한 사이트가 외설이고 폭력이라고 하면 그 글 또는 사진, 동영상은 사람들 앞에 드러나지 못한다. 폭력적이라고 판단한 페이지는 페이스북에서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이런 것을 우려해 사진 한 장을 두고 무려 노르웨이에서 수상까지 나선 까닭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