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삼성전자는 전량 신제품 교환을 결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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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삼성전자는 전량 신제품 교환을 결정했을까?
  • by 김정철
삼성전자가 9월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갤럭시 노트7을 판매 중단하고 전량 신제품으로 교환해 주기로 결정했다. 갤럭시 노트7은 발매 후 지금까지 국내 40만대 이상, 해외 100만대 정도가 팔린 것으로 추산되며, 순수 금액만 따진다면 약 1조 4천억 원대에 가까운 금액이다. 국내 기업답지 않은 통 큰 결정이다.
보통 제품 불량이 있을 경우에 신품 교환과 부품을 교체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삼성전자는 사태 초기에 배터리만 교환 해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오늘 발표를 통해 전량 신제품 교환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이유는 뭘까?

우선 방수 기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갤럭시 노트7은 방수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다. 자칫 수리 후에 방수 기능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전량 신제품 교체는 당연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초기 구매자 대부분이 사전 예약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삼성전자나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충성 고객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폰7 공개가 며칠 안남았지만 그들은 아이폰을 거들떠보지 않고 삼성을 택했다. 이들을 놓치는 것은 매출 1조원 이상보다 더 뼈아플 수 있다.

세 번째는 이번 사건이 일반적인 리튬이온배터리 폭발 사건과는 좀 다르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구조상 양극과 음극이 분리막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충격으로 인해 분리막이 손상되면 불이 나거나 폭발한다. 과거 몇 년간 아이폰 시리즈, 갤럭시 시리즈, LG G시리즈 들도 이런 이유로 배터리가 부푸는 현상, 불이 나거나 폭발하는 사건이 있어 왔다. 그러나 그런 사건들 대부분이 사용한지 몇 달이 지난 폰들이었고, 사용 중에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다만 분리막의 불량이 있는 경우는 배터리만 교체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실제로 소니는 분리막 불량으로 2006년 총 600만대가 넘는 노트북용 배터리를 리콜한 적이 있다. 리콜 후에는 큰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갤럭시 노트7은 다르다. 폭발된 제품들 대부분이 이동 중이거나 사용 중이 아니라 안정적인 상태에서 충전 중에 폭발이 일어났다. 더군다나 갤럭시 노트7은 발매된 지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 중에 큰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도 적다. 

[갤럭시 시리즈 최초로 적용된 USB 타입C]

고동진 사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배터리 셀 문제였다."라고 고백했는데, 이는 분리막 불량보다 좀 더 포괄적인 문제임을 뜻한다. 삼성측에서는 배터리 셀의 자체 눌림현상이나 절연체 문제로 인해 불량이 발생했다고 말했지만 단순히 배터리 불량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추측이지만 갤럭시 노트7은 갤럭시 시리즈 최초로 USB 타입C의 고속충전이 처음 적용됐는데, 여기에 대응하지 못한 부품을 썼을 가능성도 있다. USB 타입C는 USB 3.0보다 10배에 가까운 100와트의 전력을 수급한다. 따라서 좀 더 강력한 과부하 보호회로가 필요하다. 만약 이런 보호장치들이 규격에 미달됐다면 단순히 배터리만 교체해서는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삼성전자로서는 신제품 교환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다.

이번 갤럭시 노트7의 불량 원인이 정말 배터리셀만의 문제였을지 복합적인 문제였을지는 잘 모르겠다. 정부 3.0의 저주? 그걸로 귀결되면 정말 좋겠다. 어쨌든 기술적인 세부 사항은 아마 삼성전자만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이번 조치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신속하게,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불만이 최소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다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삼성의 손실보다 더 큰 응원군들을 얻을지도 모른다.

사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기술적 스펙이나 부품 수율, 품질관리 등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잘 모른다. 그저 좋은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사면 좋고, 문제가 있으면 새제품으로 바꿔주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새제품이 다시 문제가 없으면 된다. 그게 상식이다. 삼성전자는 두 가지를 '상식적으로' 해결했고, 마지막만 남았다. 새제품에는 다른 문제가 없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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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jc@thege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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