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결정 유보된 구글의 국내 지도 반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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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결정 유보된 구글의 국내 지도 반출, 이유는?
  • by 이상우

논란의 중심에 선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이 결국 유보됐다.
국가정보원, 국방부, 국토교통부, 외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7개 정부 기관이 참여한 '지도반출 협의체'는 어제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허용 여부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회의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6월 1일 접수한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 신청은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국내 공간정보산업에 가져올 파급 효과 등을 논의한 결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11월 23일까지 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9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논란은 또 다시 11월 23일까지 미뤄지게 됐다.

구글은 지난 2008년 처음 국내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시도한 데 이어 2011년과 2014년 각각 한 차례씩 3번의 지도 반출 움직임이 있었다. 2014년엔 지도 반출 신청 자체가 반려됐다. 앞선 세 번의 지도 반출 시도는 업계 관심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 6월 1일 네 번째 시도에선 그야말로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 때문이다.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포켓몬 고 불똥이 구글 지도 반출 논란으로 옮겨붙은 것이다. 국내에선 속초,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서만 게임이 되는데 그 이유가 국내 지도의 국외 반출을 정부가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서다. 물론 포켓몬 고가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것은 지도 반출과 관련이 없다. 그만큼 논쟁이 뜨겁고, 고려할 사정이 많다는 의미다.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가져 가려는 목적은 무엇일까.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사용자를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기능과 서비스 제약 해소가 구글의 입장이다. 구글은 국내 스타트업 ‘모두의 주차장’의 예를 들었다. 만약 이 스타트업이 구글 지도를 제공했다면 다른 국가로 손쉽게 진출할 수 있다는 논리다. 현대자동차가 한국만 제외하고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 안드로이드 오토 지원 모델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 구글 지도가 제대로 서비스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예약 판매가 시작된 테슬라 모델 S와 X도 구글 지도를 기준으로 서비스된다. 구글 지도는 해외에서는 3D 지도, 자동차 길찾기, 도보 길찾기, 자전거 길찾기, 대중교통 길찾기, 실시간 교통상황, 자동차 내비게이션, 실내지도, 교차로 탐색기 등 다양한 기능들을 제공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중교통 길찾기 서비스만이 제공되고 있다. 이것에 대해 외국인 여행객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사용자들에게는 네이버나 다음 지도가 있어 불편이 없지만 관광객들에게는 구글지도의 서비스 미비가 많은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구글 지도의 반출을 막는 이유는 분명하다. 크게 ‘안보’와 ‘조세 회피’ 두 가지가 이유에서다. 우선 두 개의 사진을 보자.

왼쪽은 육안으로 어딘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미하고 오른쪽은 청와대가 선명하게 표시돼 있다. 왼쪽은 국내 구글 지도이고 오른쪽은 미국 구글 지도다. 정부가 구글의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승인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정밀한 지도(1:5000 디지털 지도 수치 데이터)가 구글 등이 해외에서 제공하는 위성 이미지와 결합할 경우,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외국에서 서비스하는 위성 사진에 국내 중요시설에 대해 보안 처리를 해줄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구글이 수용하지 않아 무산됐다. 위성 지도를 아예 서비스를 못하는 네이버, 다음 지도 등 국내 기업과의 형평성 논란이 그래서다.

사실 9년째 이어지고 있는 구글의 지도 반출 요구는 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설치해 관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구글은 서버의 물리적인 위치는 무의미하다면서 한국에 서버 설치를 거부하고 국외 반출만을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세 회피 논란도 불거졌다.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서버 설치를 꺼린다는 주장이다. 구글의 지도 반출 허용은 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에 미치게 될 피해까지 감안해 다각적인 검토와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구글 또한 국내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진전이 있을 것이다. 동해 표기나 조세 회피 의혹 같은 것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는 것부터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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