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왜 ‘구글 홈’을 내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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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왜 ‘구글 홈’을 내놨을까?
  • by 이상우
구글은 지난주 ‘구글 io’라는 개발자 이벤트를 열고 몇 가지의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공개했다. 그중에서 특히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관련 기술, 서비스에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로 집중 조명된 AI ‘알파고’와 AI 오픈소스 ’텐서플로(TensorFlow)’ 등, 구글은 AI 분야에서 이미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AI 기술을 일반 사용자가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시작을 알린 것이 이번 구글 io 2016다.

구글의 일상생활 버전의 AI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다. 사람이 한 말을 분석하고 원하는 정보를 검색, 제공하는 기능이다. 음성 검색  위주였던 ‘구글 나우’를 애플 ‘시리’,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처럼 대화 상대로 확장하고 여기에 사용자 행동 패턴을 학습하고 이해하는 기능이 추가된 거다. 기조 연설에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대화하며 보고 싶은 영화를 찾고 영화표 예매를 하는 등의 시연을 했다. 웹 사이트에 접속하고 검색하는 과정이 생략된 오로지 대화만으로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한 하드웨어를 공개했다. ‘구글 홈(Google Home)’이다.



일상생활 버전의 구글 인공지능

“헤이 구글! 아침 음악을 틀어줘.” 아침 7시 아버지가 주방 식탁에 놓인 ‘구글 홈’에 이렇게 말하자 스피커에서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진다. 곤히 자고 있던 딸이 깜짝 놀라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막내아들은 여전히 꿈속을 해메고 있다. “헤이 구글! 침실에 불을 켜줘.” 아버지의 명령에 방이 환해지자 막내도 그제야 잠에서 깬다. 구글 홈의 시연 장면이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다양한 질문에 대답을 할뿐더러 좋아하는 음악을 재생하거나 방안 전등을 제어할 수 있는 소형 거치형 인공지능 기기다.

[구글 홈은 올해 출시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기와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구글 인공지능 서비스의 또 다른 새로운 시도가 ‘알로(Allo)’다. 알로는 텍스트와 스탬프, 이모티콘 등을 이용해 대화할 수 있는 메신저다. 다른 메신저 앱과 다른 점은 사람끼리의 대화에 AI를 활용한다는 것. 이를테면 상대방이 음식 사진을 전송했을 때 "먹고 싶다" "먹고 싶지 않다" 등 사진에 대한 회신 메시지 몇 가지를 알로가 자동으로 제공한다. 사용자는 여러 메시지 후보에서 선택하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기에 대화를 더 빠르고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알로는 채팅을 하는 동안 구글 어시스턴트를 호출할 수 있다. 그러니까 친구들과 저녁 식사 메뉴를 정할 때 구글 어시스턴트가 제공한 레스토랑 정보를 확인하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정보 검색을 위해 대화를 중단하고 다른 앱으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 대화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채팅 봇이 웹이나 앱의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알로 역시 구글 어시스턴트를 접목함으로써 보다 지능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사진과 텍스트 내용에 따라 답변 메시지를 추천하는 알로. 구글 어시스턴트가 대화화면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구글 io 2016의 또 다른 테마는 가상현실(VR)이다. 당초 이번 구글 I/O는 간이형 VR인 카드보드를 이용한 마치 공연장에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VR 관련 서비스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그리고 구글이 발표한 것은 안드로이드OS의 새로운 버전 ‘안드로이드N’이 탑재된 스마트폰의 VR 플랫폼인 ‘데이드림(Daydream)’이다. 데이드림은 삼성전자의 ‘기어 VR'처럼 헤드셋에 스마트폰을 장착해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구조다.

[새로운 VR 플랫폼 데이드림의 인터페이스. 헤드셋에 스마트폰을 장착하고 앱이나 동영상 등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VR 전용 버전의 구글 플레이 서비스도 시작한다. 게임과 360도 동영상 콘텐츠가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트리트뷰와 유튜브 등 구글의 서비스 중 일부도 데이드림을 지원한다. 데이드림은 헤드셋과 함께 닌텐도 위와 비슷한 간단한 컨트롤러도 지원한다. 위처럼 흔들거나 이리저리 움직여 조작할 수 있는 구조이기에 헤드셋 하나로 구현이 힘든 게임에 주로 이용될 것 같다. 무엇보다 데이드림을 작동시키려면 센서와 디스플레이 칩셋이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안드로이드N이 발표된 다음에 나온 스마트폰이 필요하다. 파트너로 삼성전자와 HTC, 화웨이 등이 참여하고 서비스 초기에는 이 파트너 스마트폰 위주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다음은 인공지능

이번 구글 IO에서는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과 대조적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관련 기술 소개는 비교적 간단했다. 안드로이드N 관련해서는 멀티 윈도우 기능 정도가 눈길을 끈다. 여러 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멀티 윈도우 기능은 현재 일부 제조사가 독자적으로 구현하고 있지만 안드로이드OS에서 정식 지원되는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화면이 큰 태블릿PC에서 유용할 것이다.

[안드로이드N은 새로운 멀티 윈도우 기능을 지원한다. 화면이 둘로 나누어지고 두 앱을 한 화면에서 오가며 사용할 수 있다.]

차세대 그래픽 API ‘볼칸’ 등 몇몇 개선이 있지만 데이드림을 제외하면 소소한 성능 향상에 머문다. 재미있는 시도도 있다. 앱의 일부 기능만 다운로드하고 이용하는 ‘안드로이드 인스턴트 앱(Android Instant Apps)’이다. 예를 들어 결제가 필요할 때만 결제 기능을 다운로드해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특정 기능만 이용하는데도 앱 전체를 내려받아야 하는데 앱 용량이 점점 커지고 다운로드와 설치에 소요되는 시간이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인스턴트 앱을 사용하면 그런 수고 없이 일시적으로 앱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편의성이 크게 개선된다.

구글 IO 2016을 되돌아보면 안드로이드OS의 진화 정체와 동시에 구글이 스마트폰의 다음 기술로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드로이드OS를 플랫폼화한 것처럼 인공지능을 플랫폼화해 또 다른 생태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이 지난 3월 공개한 AI 플랫폼은 음성 인식, 영상 처리, 번역 등 시간과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을 단시간에 해결해준다. 개발자는 플랫폼이 처리한 영상으로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할 수 있다. 그러나 구글만 인공지능에 관심이 갖고 있지 않다. 페이스북도 있고 아마존도 있다. 관건은 누가 빨리 주도권을 쥐느냐다. 주도권을 쥐는 곳이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해 다시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렇지 못한 플랫폼보다 훨씬 더 진화한 플랫폼을 갖기 때문이다. 주도권을 차지한 AI 플랫폼이 거의 전 산업분야의 주도권을 쥐는 셈이다. 어쨌든 구글이 IT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생활 밀착형 인공지능 '구글 홈'이 향후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시장 확대를 가속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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