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더맨 '트레드' - 남자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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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더맨 '트레드' - 남자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 by 서범근
멀티툴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이건 나이나 취미에 따라 좀 다르다.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이라면 '맥가이버칼'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젊거나 캠핑을 많이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플라이어'가 떠오를 것이다. 

 

맥가이버칼을 몰아내고 플라이어의 시대를 열다.




우선 '맥가이버칼'은 멀티툴의 선조격이다. 미드 '맥가이버' 주인공이 쓰던 이 멀티툴은 '스위스 아미 나이프'로 통칭되는 '빅토리녹스'에서 비롯됐다. 나이프에 전투식량 캔을 따기 위한 포크, 캔 따개 등을 달아서 만든 장비가 최초의 멀티툴이며 스위스 아미 나이프의 시작이다. 시대는 바뀌었고 더이상 군인들은 전투식량을 먹기 위해 캔을 딸 필요가 없다. 캔도 원터치로 딸 수 있는데, 굳이 멀티툴을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다.




빅토리녹스를 멀티툴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맥가이버를 기억하는 사람들 정도다. 이제 맥기이버 칼은 예쁘고, 크기가 열쇠고리 크기에 USB가 달린 것까지 다양한 제품이 있다. 기념품이나 액세서리 용도에 가깝다.  





캠퍼들은 플라이어가 익숙하다. 이건 미국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젊은이 '팀 레더맨(Tim Leatherman)'은 여행 중 차량 정비에 무용지물인 보이스카우트 나이프(맥가이버칼과 흡사한)에 실망을 하고 스스로 멀티툴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그렇게 플라이어에 나이프 등을 덕지덕지 붙여 레더맨 툴이 등장했다. 사실 맥가이버칼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대신 레더맨 툴은 아름답지는 않지만 실용적이고 쓸모가 많았다. 흡사 미국의 실용주의와 같은 플라이어 멀티툴의 등장은 멀티툴 시장 지도를 바꿔버렸다. 그렇게 빅토리녹스의 시대는 저물고 플라이어 중심의 멀티툴 시대가 왔다. '멀티'와 '툴'이라는 명제 앞에 어쩐지 ‘칼'보다는 '뺀찌'가 어울리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은가?



한동안 레더맨은 첫 번째 제품 PST 이후 플라이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변종을 선보였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멀티툴이 등장했지만 간단하게 구분하자면 크기가 작은 것과 큰 것, 단순한 것과 복잡한 것 정도로 나눌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종류의 공통점은 플라이어였다.
21세기에 레더맨은 변종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레더맨에서 나이프 시리즈가 등장했을 때 마니아들은 환영보다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것은 레더맨다움을 버리고 여성성을 택했던 주스(Juice), 스쿼트(Squirt) 시리즈(대부분 단종되고 몇 시리즈만 겨우 살아남았다.)의 충격보다도 더한 것이었다. 하지만 철저히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던 주스 시리즈와 달리 나이프 시리즈는 나이프와 꼭 필요한 공구 하나 정도로 구성되는 단출함에 시장이 반응했고 레더맨 시리즈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트레드의 출시



2015년 초쯤, 당시 전 세계의 가젯사이트에서는 일제히 레더맨의 신제품 소식을 알렸다. 이유는 이 제품이 '웨어러블 밴드'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황당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착용할 수 있는 밴드는 맞으니까. 그러나 이건 스마트밴드는 아니다. 몇 걸음 걸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멀티툴 업계에서 트레드의 의미는 엄청나다. 맥가이버칼 - 플라이어의 뒤를 잇는 세대교체가 이뤄질 만한 충격이기 때문이다. 혁신이라고 떠들어봐야 어차피 자판 두드리는 손만 아프니 생략한다. 



트레드는 기본적으로 작은 공구들이 링크되어 하나의 팔찌 형태를 이룬다. 어쩐지 많이 봤던 것 같은 느낌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탱크의 '캐터필러' 구조기 대문이다. 하나의 파트들 하나하나가 공구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기능의 종류를 따지자면 꽤 지루하도록 길게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자세한 공구에 대한 설명은 여기(http://www.leatherman.com/tread.html )를 참고하는 게 더 빠를 것이다.



트레드의 핵심은 링크다. 작은 단위의 공구를 연결하는 링크는 4개의 나사로 연결되며 동전 하나로 쉽게 링크를 분해하고 공구를 커스트마이징 할 수 있다. 아마도 레더맨 기술진은 트레드를 개발하며 맞닥뜨린 수많은 난관 중에서도 링크를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트레드가 공구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손잡이 역할을 하는 트레드의 나머지 부분들에 가해지는 압력은 파츠들을 연결하는 링크들이 감내해야하는 것들이다. 이런 힘을 받기 위한 적절한 두께와 그 힘을 견디는 파츠의 연결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깊었을까? 적당한 두께의 스테인리스와 구부러진 형태로 인한 탄성계수(modulus of elasticity)의 한계를 확장한 것은 신의 한 수! 그러나 이 모든 기능과 상관없이 손목에 채워져 있는 그 디자인은 마초이즘의 극을 보는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여성 사용자들도 의외로 많다고 한다.)

 

트레드, 패션 아이템인가? 멀티툴인가?




그런데 의문이 남는다. 트레는 단순히 팔에 둘러 마초를 나타내는 맥가이버칼과 같은 역할이 아닐까? 자신의 염색체가 XY라는 것을 보여주는 액세서리로 말이다. 실제 사용하면서 느낀 감상은 다음과 같다. 

Q : 과연 트레드는 공구로서 기능할 수 있을까?
이건 팔찌가 아니었다. 트레드는 공구로서 충분히 유용하며 사용결과 기존 레더맨에 못지않음을 확인했다. 공구로서의 직접적인 사용은 트레드를 손목에 빼서 사용할 공구가 있는 부분을 접어서 손잡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말로 어려우니 유튜브에 사용 장면을 보자.  

Q : 힘을 받을 수 있을까?
위 질문의 연장선으로 대답은 ‘그렇다.’ 스테인리스의 강도는 상상 이상이다. 대장장이가 손수 탄소강 몇 겹을 겹쳐서 만든 다마스커스강은 아니지만 강도 면에서 부족함은 없다. 트레드는 작은 나사부터 모든 부속이 스테인리스이며 힘을 받기에 적당한 두께를 가지고 있다.

Q : 손목에 찰만한가?
트레드는 피부에 닿는 안쪽면이 아노다이징으로 부드럽게 마감되어 있다. 당연히 손목에는 찰수 있지만 크고 무겁다. 슬랜더를 지향하는 한국 여성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제품이다. 일정한 수준의 손목 두께를 가지고 있어야 어울린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Q : 누구를 위한 제품인가?
멀티툴을 끼고 사는 아웃도어 전문가라면 유용할 것이다. 다만 도시에서의 삶을 영유하는 현대인에게는? 물론 필요하다. 택배 박스 커터기로 사용하면 된다.  

Q : 그럼 왜 질러야 하는가?
사실 엄청난 야심을 갖고 멀티툴을 구입하지만 멀티툴은 의외로 쓸 곳이 없다. 캠핑에서? 요즘 캠핑장에서 멀티툴이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 기계를 만지는 일이 전공이라면? 다른 훌륭하고 효과적인 대체 공구가 많다. 열쇠고리 용도로? 무거워서 곧 바꾸게 된다. 택배 박스커팅을 위해서? 이건 효과적이다. 
사실 멀티툴은 그저 보는 것 말고는 쓸 일이 없는 피규어를 모으는 사람들과 비슷한 심정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위 사진들은 왠지 멀티툴이 필요할 것 같지만 전혀 필요없는 순간들이다. 


다른 분야의 카테고리까지 씨를 말리고 있는 스마트폰의 세상에서 레더맨은 실로 영리한 제품을 출시했다. 멀티툴이 가진 성격 자체를 바꿔버린 이번 시도는 (실제로 얼마나 사용하는지의 대한 여부를 뒤로하고)향후 레더맨의 입지를 더욱 넓혀줄 것이다. 특히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시대에 다른 웨어러블 기기와의 컨버전스도 기대하게 만든다. 트레드를 밴드로 사용한 레더맨 시계(QM1)도 공식적으로 발표되었고 나아가 스마트 워치 들과의 콜라보가 실현 된다면 트레드의 가치는 더욱 빛나게 될 것이다.




참고로 얼마전 레더맨의 창업자이자 경영자인 '팀 레더맨'이 한국에 다녀 갔다. 그냥 외국인 관광객 취급을 받았다. 사실 한국에서의 멀티툴의 위상은 딱 이 정도다. 

  [리뷰전문 유튜브 채널 더기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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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근 sbg10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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