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어 S2 , 방향은 잡았지만 필요한 추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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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기어 S2 , 방향은 잡았지만 필요한 추진력
  • by 이주형
솔직히 까고 말하겠다. 삼성의 스마트워치/웨어러블 시리즈인 기어는 못 생겼다. 첫 번째 제품인 기어 1은 손목에 차는 전자발찌를 연상시켰고, 기어 2와 기어 2 네오도 비슷했다. 피트니스 기능에 초점을 맞춘 기어 핏에서 그나마 나아지는가 싶더니 기어 S에서는 갑자기 손목에 총을 맞아도 막아줄 거 같은 방패가 됐다.



그런데 첫 기어 이후 2년만에 나온 7번째 제품인 기어 S2를 보면, 삼성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는 느낌이다. 일단 애플 워치를 제외한 대부분의 스마트워치의 트렌드를 따라 원형 디자인으로 바꾼 것이 눈에 띈다. 원형인 것을 제외하면 크게 특색없는 밋밋한 디자인이다. 원형 베젤 주변이 화려한 LG의 스마트워치와는 다른 접근이다. 기어 S2는 화면에 뭐가 나오느냐에 따라 전체 이미지가 많이 달라진다. 




더 비싼 클래식보다는 오히려 일반 S2가, 특히 블랙 색상이 디자인적 완성도가 높다. 클래식 버전의 베젤은 광택이 너무 심해서 싸보이는 면이 있다. 다만 일반 S2는 일반 20mm 시계줄을 쓸 수 있는 클래식과 달리 애플 워치처럼 아예 자체 밴드 교체 메커니즘을 채택했기 때문에 삼성이나 액세서리 업체에서 만드는 전용 밴드만 쓸 수 있다. 기어 S2가 나왔을 때 다양한 전용 밴드가 나왔더라면 좋았겠지만 아직 종류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소위 ‘줄질’이 취미라면 클래식이 더 나은 선택이다.


기어 S2의 전면은 1.2인치 원형 슈퍼 AMOLED 화면과 기어 S2 조작의 중심이 되는 휠이 위치한다. 휠의 감촉은 꽤 괜찮다. 휠을 돌릴 때 반응하는 단계별 저항력과 돌릴 때 들어가는 힘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춘 느낌이다. 돌아가는 느낌은 흡사 금고의 다이얼을 돌리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오른쪽에는 두 개의 버튼이 위치한다. 윗 버튼은 뒤로 버튼, 아랫 버튼은 어디서든 시계 페이스로 데려다주는 일종의 홈 버튼이다. 뒷면에는 심박 센서가 위치한다.




삼성은 기어 S2가 램 1.5GB와 안드로이드 4.4 이상을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이라면 대부분 연결이 가능하다고 밝혔었는데, 경험상으로 꼭 그렇지는 않았다. 물론 지금 더기어 사무실에서 돌아다니는 폰들이 샤오미 Mi4C나 모토 G, 넥서스 5X 등 대중적이지는 않은 조금 특이한 안드로이드폰이긴 했지만 셋 다 기어 S2와의 연결에 실패했다. 특히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폰인 넥서스 5X와의 페어링이 실패한 건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결국 최후의 보루로 역시 더기어 사무실에 있었던 갤럭시 S6 엣지 플러스에 연결했더니 지금까지의 고생이 무색하게 바로 연결됐다. 만약에 타사폰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기어 S2를 고려하고 있다면 자신의 스마트폰이 호환되는 지 꼭 확인해보자. LG의 V10은 문제없이 호환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거 같다.




기어 S2는 안드로이드 웨어가 아닌 타이젠을 쓴다. 기어 S2에 쓰인 타이젠은 기존 기어 S의 타이젠을 원형 화면에 맞게 다시 개조한 모양새를 띄고 있다.  시계 화면과 알림, 메뉴를 비롯해 다양한 위젯이 메인 화면에 정렬되고, 이걸 휠로 돌리면서 빠르게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이 메인 메뉴에서 앱스를 탭해야 앱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금방 적응했다. 이렇게 휠로 돌리는 방식이 열심히 터치로 쓸어넘겨야 하는 애플 워치의 ‘한눈에 보기 (Glances)’보다 훨씬 직관적이다. 

전반적으로 빠른 성능도 돋보인다. 휠을 돌릴 때마다 즉각적인 반응이 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반응 속도 면에서는 여타 다른 스마트워치보다 빠르다. 애플 워치를 쓰다보면 제일 짜증나는 부분이 앱을 켤 때 바로 켜지지 않는다는 점인데, 기어 S2는 바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빠른 속도로 앱이 로드된다.

S 헬스 또한 기본적으로 지원된다. 뒷쪽에 있는 심박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운동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다만 S 헬스의 기능이 걷기 수를 파악하거나 심박 측정, 마신 물이나 커피 기록 정도 뿐인 건 아쉽다. S보이스의 경우 시계에서 물어볼만한 날씨같은 간단한 질문들은 빠릿하게 답해준다.



기어 앱이 없는 앱의 경우 알림의 배경이 안드로이드 알림에 쓰이는 아이콘으로 나온다.


스마트워치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알림이겠고, 기어 S2는 그 기능만큼은 충실하게 지원한다. 어떤 알림을 시계에서 받을지 기어 앱에서 설정할 수 있고, 기어에서 알림을 확인 후 스마트폰을 들면 바로 해당 알림 내용을 보여주는 스마트 릴레이 기능도 있다. 그러나 기어 앱 자체가 안드로이드 웨어만큼 안드로이드 시스템과 잘 묶여있지 않아 알림의 연동 면에서는 뭔가 거리가 있다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기어용 앱이 따로 있지 않는 한에는 시계 자체에서 할 수 있는 기능이 많이는 없다보니 대부분의 알림이 결국 ‘폰에서 보기’로 끝나있는 경우가 많다. 그냥 알림만 보는 용도로는 별 상관이 없지만, 뭔가를 하고 싶으면 결국 폰을 꺼내야 한다. 블루투스 모델의 경우 스피커가 달려있지 않아서 스마트폰에 온 음성통화를 헤드셋처럼 사용할 수도 없다. (마이크는 S보이스 용도로만 쓸 수 있다)




흥미롭게도 천지인 키보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문자를 시계에서 보낼 수 있다. 우리가 받은 리뷰용 샘플이 언박싱에서 봤다시피 한국 사양이 아닌 프랑스 사양인지라 한국어 키보드를 따로 받아야한다는 문제는 있었지만 기어 S2에서 천지인으로 문자를 보내는 건 생각보다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물론 그걸로 논문을 쓸 수는 없겠지만 간단한 문자 답장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었다. 




기어 S2의 가장 큰 문제는 앱이다. 티머니나 시럽 월렛 등 유용한 기능을 가진 앱이 있기는 하지만 애플 워치만큼의 임팩트가 있는 앱은 없다. 기어 S2의 앱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워치페이스인데, 대부분 디자인적 면모만 강조하는 것이 많았지만 CNN이나 ESPN같이 시간을 보여주면서 아래에 속보 헤드라인을 띄워주는 나름 참신한 앱도 있었다. 이런 것은 써드 파티 워치페이스를 지원하지 않는 애플 워치 사용자로서는 약간 부럽긴 하다. 그러나 기어 S2를 쓸 때 스마트워치를 쓴다는 기분 보다는 말 그대로 시계로 활용하는 일이 많았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다. 실제로 사용한 앱들을 봤을 때 삼성이 개발자들에게 허용해주는 게 꽤 많은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아쉽다.

삼성은 기어 S2의 배터리가 이틀 정도 간다고 밝혔는데, 배터리를 좀 아낀다면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을 언제나 표시하도록 설정했거나 앱을 많이 쓴다면 하루를 아슬아슬하게 간다. 매일 밤 충전을 할 수 있을 때 해놓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충전은 마이크로 USB로 연결하는 무선충전 독을 이용해 충전할 수 있다.



삼성의 첫 기어가 나온 지 2년이 훌쩍 지났지만, 스마트워치 시장은 아직도 다양한 실험이 현재진행형이다. ‘어떠한 기능이 얼만큼 들어가야 하는가?’ ‘조작은 어떤 식으로 하는가?’ ‘가격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같은 질문들에 대해서 확실한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 문제에 기어 S2는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답을 던졌다. 지금까지의 삼성 스마트워치와는 확연히 다르고, 어떤 면에서는 지금 봤을 때 옳은 답으로 보이는 것들이다.

솔직히 기어 S2가 애플 워치만큼의 성공을 하기는 힘들 거라 본다. 사람들은 아직 스마트워치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고, 기어 S2의 타이젠은 아직 사람들이 이끌릴 만한 요소가 많이 부족하다. 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상황을 도와주지 않는다. 하지만 삼성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갔으면 한다.
삼성의 기어 S2의 방향은 분명히 옳다. 그러나 삼성의 소프트웨어의 뒷받침 속도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장점
- 새롭고 직관적인 휠 조작
- 빠릿한 구동
- 시계다운 디자인


단점
- 아직은 제한적인 안드로이드 지원
- 앱이 부족하다
- 다소 아쉬운 알림


  [리뷰전문 유튜브 채널 더기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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