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 댓글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상태바
오피셜 댓글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 by 김정철
다음카카오가 지난 22일 포털에 실린 기사에 대해 정부, 기업 등이 직접 댓글을 달 수 있는 '오피셜 댓글' 서비스를 3분기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기사가 억측이거나 사실과 다를 때, 이해 당사자가 포털 댓글로 반론할 수 있게 시스템적으로 만든다는 얘기다. 언뜻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적어도 미디어를 선별하자는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보다는 덜 오만해 보인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상당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차라리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가 사용자에게는 훨씬 도움이 된다. 과연 오피셜 댓글은 누구에게 그 권한을 줄 것인가? 그리고 그 반론은 정당한 것인가? 과연 기업과 정부가 모든 글에 댓글을 달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이 전무하다. 

반론권은 권력자에게만 있다?


언론의 자유나 정부의 포털 장악 같은 근본적인 얘기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다. 그런 것은 '슬로우뉴스'나 '미디어 오늘' 같은데서 다루는 게 적합하다. 그것 말고도 많은 문제가 있다. 
우선 생각해 보자. 이해 당사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둘 것인가? 만약 개인이 기사에 등장한다면 개인에게도 부여할 것인가? 그건 아닌 것 같다. 현재 포털 사이트는 정부와 기업 측에만 공식 아이디를 발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반론권이 권력자나 재벌들에게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기업과 정부는 이미 자신의 말을 충실히 전하는 사이트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 자신의 말을 잘 듣는 미디어도 있다. 게다가 지난 몇 년간은 댓글 공작원들을 두고 충실히 반론을 해왔다. 이미 많은 무기가 있는데, 또 다른 무기를 주는 셈이다.
반론의 진실성도 의문이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사실과 상관없이 무조건 반론을 할 것이다. 면책성 반론이 과연 진실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하루에도 수천 건의 기사가 올라오는데, 모든 기사에 반론을 달 수 있을까? 만약 반론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기사는 모두 믿어도 되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면 뉴스의 진실성과 이해가 더 힘들어진다. 


 

포털들, 이익은 누리고 책임 피하기의 여정


모두 잊고 있겠지만 지난 대선때 국정원은 포털 댓글로 대선개입을 했다는 의혹을 샀다. 뿐만 아니다. 국군 사이버사령부 역시 대선 댓글 공작을 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여기에 대해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조사를 받고 있거나 처벌을 받았다. 물론 진짜 책임자들은 대부분 처벌받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런 비판을 받지 않은 곳이 또 있었다.
포털이다. 대선 당시 포털을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한 엄청난 비난과 비속어가 쏟아졌는데, 아무런 필터링이 이뤄지지 않았다. 과연 포털은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금도 포털 댓글란을 보라. 엄청난 비속어와 지역차별, 인종차별 발언이 끝도 없다. 그러나 모두 방치한다. 이유는 뭘까? 포털이 기사의 퀄리티를 측정하는 구분은 페이지뷰와 댓글이다. 내용이 어쨌든 상관없다. 많은 논란과 욕설과 편가르기로 사용자들이 싸우고 흥분할수록 포털은 행복해 한다. 댓글 신고란을 아무리 눌러도 대부분의 글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냥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암초가 생겼다. 다음의 창업주인 이재웅 대표는 "광우병 파동과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건 직후에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발언이 많은 다음카카오 게시판에 대해 정부가 압박을 가했다는 의미다. 이게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피셜 댓글이 생기면 세무서에서 댓글을 달아주겠지. 
이 일이 있은 후에 며칠 지나지 않아 포털들은(특히 다음카카오는) 오피셜 댓글의 적극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취지야 어쨌든 정부에게 특혜를 부여해서 이런 논란에서 빠져나가고 싶어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않는다. 댓글란의 정화와 뉴스유통 방식이다.  


 

관리가 싫으면 포기하면 된다.  

만약 포털이 뉴스유통을 포기하면 어떨까? 뉴스로 인해 시끄러운 게 싫다면 포기하면 된다. 구글처럼 외부링크로 모두 보내면 된다. 보낸 미디어에서 오피셜 댓글을 도입하든 말든 상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수익에 저해가 되므로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남은 것은 제대로 된 관리다. 댓글란이 문제가 있다면 댓글란에 필터링을 강화하고, 어뷰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사용자당 댓글 숫자를 제한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신고기능을 강화해서 과격한 사용자들을 계속 퇴출시켜 나가는 방법도 있다.
뉴욕타임즈나 버즈피드 등은 댓글 관리를 철저히 한다. 토론을 유도하고, 대신 어뷰징 사용자나 악플을 다는 이들은 빠르게 체크해 내고 블라인드를 시킨다. 한국 미디어들의 공통의 적인 피키캐스트도 마찬가지다. 콘텐츠마다 수 백개의 댓글이 달린다. 그러나 댓글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간혹 자정하자는 캠페인도 펼친다. 10~20대들에게 정치꼰대로 가득 찬 포털의 댓글란과 피키캐스트의 댓글란은 극명하게 대비가 된다. 포털들은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새로운 플랫폼에 사용자를 계속 빼앗기고 있지만 오피셜 댓글이라는 엉뚱한 정책만 꺼내들고 있다. 


 

오피셜 댓글은 멋진 아이디어지만 나쁜 아이디어다. 

다음카카오는 상당히 교활해졌다. 적어도 전성기 시절의 네이버만큼 영악하다. 오피셜 댓글을 도입하면서 기업과 정부에게 특혜를 주고 자신들은 책임에서 슬며시 물러섰다. 여기에 뉴스란을 더 아비규환으로 만들어 추가수익까지 노릴 수 있을 가능성까지 만들었다. 정치적 부담은 지우고, 수익(페이지뷰)은 늘리는 일거양득의 지혜다.
그러나 오피셜 댓글은 결코 좋은 해결 방법이 아니다. 누구에게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용자는 혼란스럽고, 기업과 정보는 알바를 더 고용해야 하며, 기자들이 갑자기 책임감이 높아지리라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정상적인 뉴스유통과 댓글란의 필터링이 시급한 문제다. 포털에게는 일종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외면하고 수익추구와 정치적 회피에만 몰두하는 것은 옳은 방식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 

 

[리뷰전문 유튜브 채널 더기어TV]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BOUT AUTHOR
김정철
김정철 jc@thegear.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COMMENT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