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에어팟, 애플답지 못한 사용자 경험

김정철 | 기사입력 2016/09/09 [08:17]

애플 에어팟, 애플답지 못한 사용자 경험

김정철 | 입력 : 2016/09/09 [08:17]

한 해 2억대 가까이 팔리는 스마트폰에 헤드폰잭이 사라졌다. 아이폰 7 얘기다. 애플의 심플증후군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애플은 무리수를 두어가며 제품에 뚫린 구멍들을 막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발매한 12인치 맥북은 전원을 겸한 단 하나의 USB타입-C 포트만 남기고 다른 포트는 없애서 원성을 샀다. 이번 아이폰 7 역시 라이트닝 포트만 제외하면 마이크나 핀홀, 스피커 같은 아주 작은 구멍만 남게 됐다. 

한편, 헤드폰잭을 없앤 것에 대해서 환영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폰으로 음악을 전혀 듣지 않는 소비자들이다. 아이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는 이들에게는 구멍이 점점 사라지고, 조너선 아이브 머리스타일처럼 매끈해지고 있는 아이폰 7이 매우 만족스러울 거다. 그러나 아이폰과 이어폰 조합으로 음악을 자주 듣던 이들에게는 애플의 이번 결정이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다만 애플의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 성능의 극대화를 위한 희생

애플이 오디오잭을 없앤 것은 조너선 아이브의 구멍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은 아니다. '댄 리치오' 애플 하드웨어 수석 부사장은 "아이폰 7의 광학이미지 안정화 기술을 위한 공간이 부족했다."며 카메라 때문에 오디오잭을 희생했음을 고백했다. 그런데, 오디오잭을 없애며 부수적으로 얻은 장점이 있다. 방수 성능이 향상됐고, 약간 더 큰 배터리를 넣을 수 있게 됐으며, 탭틱 버튼도 추가할 수 있었다. 하나를 포기하면서 카메라, 방수, 배터리, 탭틱이라는 4가지를 얻었으니 포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탭틱 엔진을 넣으며 홈버튼을 물리적으로 누를 때 생기는 틈새를 막았고, 오디오잭의 구멍까지 없앴으니 이론적으로 좀 더 튼튼한 방수폰 설계가 가능했을 거다. 걱정이 되는 것은 음질이다.



음질은 괜찮을까?



과거에 오디오 마니아들은 하루 10분 정도를 블루투스에 욕을 퍼붓느라 허비했다. 그러나 이것도 과거의 일이다. 최근 무선 오디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무손실, 무압축 음원을 그대로 들을 수 있게 됐다. 특히 퀄컴이 최근 발표한 aptX-HD기술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원음인 24비트 음원도 무선으로 들을 수 있을 정도다. 무선이 음질이 떨어진다는 것도 과거의 상식이 됐다.
애플이 제공하는 독자적인 블루투스 기술의 실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큰 문제만 없다면 유선 못지 않은 음질을 들려줄 것이다. 5시간마다 충전을 해야 하는 점은 불편하지만 대신 아이폰 외에도 아이팟, 아이맥, 아이패드에 바로 연결이 되니 주위가 온통 사과밭인 유저들은 무척 편리할 수도 있다. 또, 에어팟을 두드려주기만 해도 시리가 활성화되므로 시리의 활용도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애플답지 못했던 것

애플은 기기 매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기존 사용형태를 바꾸길 강요해서 이를 합리적으로 설득시키는 재주가 있다. 이는 하드웨어 디자인의 혁신을 위한 강요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사용자 경험을 느끼게 되므로 둘 다 만족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에어팟은 좀 별로다. 설득력도 없고, 디자인이나 사용자 환경도 별로처럼 느껴진다. 

애플이 무선 환경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했다면 에어팟보다는 무선 충전을 먼저 도입했어야 했다. 지금으로서는 아이폰을 충전하면서 3.5mm 라이트닝 어댑터로 이어폰을 연결해서 음악을 들을 수 없다. 이건 애플이 추구하는 '좋은 사용자 경험'이 아니다. 충전이나 포트 부족을 생각하면 부득이하게 에어팟을 구입해야만 하는데, 구매를 강요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아이폰의 가격은 비록 오르지 않았지만 에어팟을 추가 구입하면 실제로는 22만원이 오른 효과가 있다. 게다가 블루투스가 아닌 독자규격이라는 것도 수상하다. 소니가 독자규격을 고집해 액세서리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그들의 전성기를 허비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애플이 그 길을 걷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디자인도 별로다. 귀에다가 전동칫솔을 꽂고 있는 느낌이다. 에어팟 대신에 다른 무선 이어폰을 구입해도 되지만 그러면 에어팟을 두드려 시리를 활성화하는 기능이 없다. 애플이 무선충전을 준비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아이폰 7s에 무선 충전을 제공한다면 아이폰 7 사용자들은 정말 원망스러울 거다. 포화 상태에 이른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자 무선 규격을 가진 에어팟으로 추가 수익을 올리는 데는 유용하겠지만 애플팬들의 너그러움은 조금 무너질 수 있을거다. 

알고 있다. 내가 어떤 저주를 퍼부어도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 7을 살 거라는걸. 아이폰의 구매를 결정하는 것은 더기어의 리뷰가 아니라 통장잔고나 카드 한도일 것이다.  부디 여러분의 잔고가 에어팟을 구입할 만큼 충분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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