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머스크, 우주여행도 대중화시키나? 스페이스X의 4전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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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머스크, 우주여행도 대중화시키나? 스페이스X의 4전 5기
  • by 이상우

미국 민간 우주개발업체인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로켓을 바다 위에서 회수하는 데 네 번의 실험 실패 뒤 다섯 번째 도전 만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은 플로리다의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 기지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배달할 보급품 3100kg을 실은 우주선 ‘드래곤’을 탑재했다. 팰컨9은 2분 30초 뒤 보급품이 실린 드래곤과 추진체 로켓이 분리되고 로켓은 방향을 바꿔 대서양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무인선으로 향해 4개의 착륙 장치를 펼친 뒤 수직으로 안착했다. 지난해 12월 로켓을 육상에서 회수하는 데 성공한 데 이어 이번엔 해상에서도 성공한 것이다.

스페이스X가 추진하고 있는 추진 로켓의 수직 착륙 회수와 재사용은 우리들의 우주로 여행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대형 위성을 발사하는데 드는 비용은 위성 무게에 따라 다른데 보통 수백억 원에 달한다. 만약 1단계 추진 로켓의 재사용이 가능하다면 이 비용은 절반 또는 3분의 1 이하로 뚝 떨어진다. 말 그대로 ‘가격 파괴’다. 더 나아가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면 인류의 우주여행에 아주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한편으로 추진 로켓 재사용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추진 로켓을 회수, 재사용하게 되면 발사 비용이 줄어드는 반면 로켓 회수 비용 등 재사용에 따른 비용이 발생한다는 논리다.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어떻게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일까.



일론 머스크, 로켓 발사 비용 100분 1이 목표

우선 로켓 재사용에 관한 일론 머스크의 생각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12년 이 프로젝트 발표 당시 “팰컨9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로켓이지만 한 번 발사하는데 드는 비용이 5000만~6000만 달러나 된다. 이 가운데 추진제 비용은 20만 달러에 불과하다. 만약 추진 로켓을 1,000회 재사용한다고 가정하면 회당 발사 비용이 5만 달러로 확연히 줄어든다. 물론 회수 및 재정비에 따른 비용이 들지만 그래도 발사 비용을 100분의 1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1회용 기체를 1000회 재사용하면 1회당 가격이 1000분의 1로 줄어들고 재정비 비용을 감안해도 발사 비용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엘론 머스크다운 거대한 스케일이다. 로켓 본체는 비싸고 추진제는 싸다. 그래서 로켓을 회수하여 다시 추진제를 채워 발사하면 발사 비용이 싸진다. 여기에 필요한 기술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개발하면 된다는 의미다.(테슬라 전기자동차는 한 번 충전으로 경쟁사 보다 2배 이상 달릴 수 있다.) 이같은 생각에서 1970년대 미국은 우주 왕복선을 개발했다. 그러나 셔틀은 재정비 비용이 너무 높아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한편, 스페이스X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며 더 능숙한 회수 및 재사용법이 있다는 회사가 있다.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라는 곳이다.


스페이스X의 경쟁자 ULA

ULA는 미국의 거대 항공 기업 보잉사와 록히드 마틴사의 합작사로 2006년 설립됐다. 현재는 록히드 마틴이 생산하는 ‘아틀라스V’ 로켓과 보잉이 생산하는 ‘델타4’ 로켓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한 미정부가 관할하는 나사의 우주 탐사·지구 관측·우주 망원경 등 과학 목적의 위성, 미 해양대기청 기상 위성, 미 국방부와 국가정찰국(NRO)의 국가 안보 위성 등 다양한 로켓 발사를 도맡아 해왔다. 10년 가까이 미정부 위성 발사를 독점해 온 셈이다. 바꿔 말하면 아틀라스V와 델타4를 제외한 상업 시장에서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 했다. 지금까지는 미 정부 수요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만했다는 얘기다.

[ULA의 볼칸]


그러나 2015년 5월 미 공군이 스페이스X의 보안 위성 발사에 참여를 허가하면서 사정은 급변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ULA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스페이스X의 정부 사업 진출에 따른 맞대응 카드로 신형 로켓 ‘불칸(VULCAN)’을 발표한다. 불칸은 다양한 신기술을 담은 혁신적인 로켓으로 1단계 엔진에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이 개발 중인 ‘BE-4’를 채택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불칸 역시 1단계 추진 로켓을 재사용한다. 그런데 스페이스X 팰컨9와 달리 1단계 추진 로켓 전체가 아닌 엔진만 회수한다. 엔진만 분리해 낙하산 도움으로 천천히 낙하하게 하되 공중에서 헬리콥터로 가로채는 방식이다. 미국은 냉전 시절 사진 필름을 이용한 정찰 위성을 운영했었다. 촬영이 끝난 필름을 회수해야 하는데 미국은 당시 지상에 떨어진 캡슐 속 필름을 적군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공중에서 캡슐을 낚아채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이 엔진의 회수에 이용된다. 흥미로운 점은 엔진만 회수하여 재사용하는 이유다. ULA는 자체 비용 분석을 실시한 결과 1단계 추진 로켓 통째로 회수하는 방식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거대한 1단계 추진 로켓 대부분은 추진제 탱크라는 점에서다. 단순한 경합금 구조물이라는 것.

[볼칸의 1단계 엔진 회수 절차]


이를 회수하여 정비하고 수송하는 일련의 과정이 재사용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상쇄한다는 것이다. 1단계 추진 로켓에서 가장 비싼 부품인 엔진만 땅이나 바다에 떨어뜨리는 실수 없이 공중에서 회수, 최소한의 정비를 한 후 새로운 추진제 탱크에 장착하여 다시 발사하는 쪽이 훨씬 저렴하는 것이 ULA의 주장이다. 제프 베조스와 블루오리진은 회수·재사용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으나 블루오리진 엔진임을 감안할 때, 자사 로켓에서도 비슷한 회수·재사용을 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우주국의 아리안6는 엔진 회수에 무인 항공기 개념을 도입했다.]


재미있는 점은 유럽에서도 ULA의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유럽우주국(ESA)는 현재의 주력 로켓 ‘아리안5’의 후속인 ’아리안6’를 개발하고 있다. 아리안6는 당초 기체의 회수·재사용을 고려하지 않은 일회성 로켓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그런데 개발의 중심축인 ‘에어버스 디펜스 앤 스페이스(Airbus Defense and Space)’는 스페이스X의 1단계 추진 로켓 회수 실험이 시작된 2015년 6월 아리안6 1단계 엔진 회수·재활용 구상을 발표했다. 미국처럼 공중에서 가로채는 기술이 아니다. 추진 로켓 엔진 부분에 날개와 작은 프로펠러을 부착해 이것을 동력으로 착륙하는 무인 항공기 모습을 띤다. 안정성 확보와 경량화 등 다양한 선결 과제가 있음에도 황당한 아이디어는 아니다. 우리나라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형제뻘인 러시아의 신형 우주 로켓 ‘앙가라’는 제트 엔진을 탑재하여 추진제 탱크를 포함한 추진 로켓 전체를 회수하는 구상을 했었다. 에어버스 구상은 엔진만 포함하기에 실현 가능성이 높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이 개발하고 있는 수직 착륙 방식의 로켓(엔진) 회수와 재사용 기술이 정말 인류의 우주여행 비용을 낮출 비장의 카드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ULA과 에어버스 디펜스 앤 스페이스와 같은 ‘전통’ 항공우주방위산업체도 회수 및 재사용 검토를 시작했다는 것은 이 두 회사의 시도가 무모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기술로 어느 수준까지 우주여행 경비를 절약할 수 있을까. 엘론 머스크는 100분의 1이라는 매우 낙관적인 숫자를 제시했지만 절반만 줄어도 상업 로켓 시장의 판도는 크게 변화할 것이 분명하다. ULA과 유럽의 항공우주업체들도 이 사태를 예상하고 재사용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을 테니까.

만약 지상이나 바다에서 1단계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하면 우주선 발사 비용을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고 그렇다면 현재의 통신·방송 위성 중심의 민간 우주 이용 형태는 급변할 것이 틀림없다. 또한 일론 머스크 주장처럼 100분의 1로 줄어들면 우주여행의 대중화가 머지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50만 달러에 10인승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면 1인당 비용은 5만 달러다. 지구 궤도를 유영하는 우주 관광 산업이 더 이상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 거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의 시도는 우주여행의 이정표가 될 것인가. 멀지 않은 미래 어쩌면 몇 년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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