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의 시대가 온다. 오큘러스부터 기어 360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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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의 시대가 온다. 오큘러스부터 기어 360까지
  • by 이상우
삼성전자는 21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 센터에서 '한계를 넘어서(Beyond Barriers)'를 주제로 '삼성 갤럭시 언팩 2016'을 개최했다. 이 행사는 실시간 360도 영상 중계로 전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행사 장소를 가득 채운 5000여 명은 '기어 VR'을 동시에 쓰고 가상 현실을 통해 제품 공개 장면을 관람했다.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서 VR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촬영기기까지 선보였다. VR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꼽히던 콘텐츠 부족 문제가 해소돼 VR 대중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바일 올림픽으로 불리는 MWC 2016에서 스마트폰이 아닌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기기가 각광받고 있다. 




더 기어 독자라면 가상 메모리(Virtual Memory)와 가상 머신(Virtual Machine) 같은 단어를 알고 있을 것이다. 정확히는 모른다 해도 대강 이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물리적 하드웨어가 아닌 가상으로 하드웨어를 에뮬레이션 하는 것을 말한다. VR도 그 같이 넓은 의미로 “마치 그곳에 함께 있는 것 같은 경험을 나누는 것”쯤으로 보면 되겠다. 현실 세계를 모방한 모든 것을 VR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 VR 붐을 일으킨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쓰면 시야에는 현실과 같은 영상 공간이 펼쳐진다. 눈앞 스크린의 사각이 존재하는 기존 영상 체험과 달리 강력한 몰입감 제공이 포인트다. 또한 다양한 센서와 결합해 가상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듯한 체험도 가능하다. 방 전체를 가상 체험 공간으로 꾸민 시스템도 이미 존재한다. 사람을 와이어에 매달고 영상을 모든 벽면과 바닥에 표시하는 프로젝터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모션 캡처 시스템 조합을 통해 공간 자체를 다른 세계로 옮겨 놓은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VR 왜 화두인가?


VR은 인간이 가진 다양한 감각을 속여 현실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들을 총칭한다. 이야기와 영상, 게임을 통한 상상의 세계를 간접 경험하는 것과 달리 ‘자신이 직접 보고 듣는’ 인공 세계로의 경험이 VR의 특징이다. 따라서 VR은 영상과 게임 콘텐츠뿐만 아니라 의료, 관광, 교육, 자동차, 항공 우주 산업, 군대, 경찰,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다.


▲ 1세대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


이런 VR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이하 HMD)를 사용한다. 사실 HMD 자체는 아주 오래된 기술이다. 영상 감상을 위한 소니 ‘HMZ-T’ 시리즈가 있으며, 그 전에는 게임용으로 플레이스테이션2 전용의 소니 PUD-J5A, 닌텐도의 고글형 게임기인 ‘버추얼 보이‘ 등이 있있다(정확하게는 버추얼 보이는 헤드 마운트 타입은 아니지만). 
HMD 형태의 VR이 이렇게까지 활성화된 데는 오큘러스를 빼놓을 수 없다. 가상 공간을 표현하는 디스플레이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었지만 일반 개인이 구입할 수 있는 VR HMD는 오큘러스 리프트가 사실상 최초의 제품이다. 그전에 HMD는 영상의 범위(시야각)이 턱없이 좁았다. 45도를 넘어서지 못했다. 즉, HMD를 쓰면 좁은 공간에서 영화관 같은 대형 화면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몰입감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VR은 신기한 장난감이었지만 산업적 측면에서는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 그런데, 2011년 당시 열아홉 살 학생이었던 오큘리스 창업자 '팔머 럭키'는 VR을 단번에 사업으로 만들었다. 그가 만든 PC 연결형 HMD 프로토 타입은 구면 렌즈를 이용한 90도의 매우 넓은 시야각을 구현했다. 구면 렌즈 특성상 영상이 왜곡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상 자체를 렌즈에 맞게 왜곡시켜 디스플레이에 표시하면 시야 가득 채워지는 자연스러운 영상 체험이 가능했다. 또한 머리 방향을 센서로 측정하고 카메라 방향을 반영하는 ‘헤드 트래킹’ 구조도 이때 구현됐다. HMD를 쓴 사용자가 위를 보면 푸른 하늘이 보이고 아래를 보면 자신의 다리와 바닥이 보이는 등 눈앞 시야에 펼쳐지는 실제와 같은 영상이 강한 몰입감을 제공한 것이다.

당시 팔머 럭키가 만든 HMD 프로토 타입을 본 오큘리스 현 CEO '브랜단 이리브'와 CTO '존 카맥'은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생산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고, 2012년 8월 킥스타터를 통해 목표액을 초과하는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2013년 완성된 오큘러스 리프트 1세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키트 ’Development Kit 1(DK1)’은 전 세계 게임 개발자 축제인 Game Developers Conference(GDC)와 세계 최대 게임 박람회 E3 등에 전시되며 압도적인 시야각과 거의 실시간의 헤드 트래킹 기술이 맞물리며 VR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목까지 끄는데 성공한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가 공개되며 롤러코스터 등 게임 밖의 현장감 넘치는 앱도 빠르게 늘어난다.





2014년이 되면서 VR 시장은 급변한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닮은 HMD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중 주목할만한 게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다. 이 회사는 그해 4월,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 전용 VR HMD ’프로젝트 모피어스(Project Morpheus)’를 발표했다. 그리고 소니는 2015년 9월 프로젝트 모피어스는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VR’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현재 올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진행 중이다.




구글은 좀더 사용자 친화적인 방법을 택한다. 2014년 6월 개최한 연례 개발자 회의 ’구글 I/O 2014’에서 렌즈가 달린 골판지를 접어 스마트폰을 덧대는 간이식 VR HMD ’카드보드(Cardboard)’를 발표하고 행사 참석자 전원에게 나눠젔다. 이와 함께 일반 사용자를 위한 콘텐츠 전진 기지로 유튜브와 구글 스트리트 뷰를 끌어들인다. 카드보드는 오픈 소스 HMD로 주요 기술과 사양이 공개되어 있다. 여러 업체들이 카드보드 호환 제품을 저렴하게(1~2만 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오큘러스도 큰 변화를 맞이한다. 페이스북은 2014년 3월 이 회사를 2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VR HMD의 미래를 재인식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페이스북의 인수를 계기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오큘러스는 같은 해 7월, 2세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키트 ’Development Kit 2(DK2)’를 내놓는다. 1920×1080 해상도의 유기 EL 패널을 채택하며 화면이 거칠고 액정 잔상이 보이던 1세대보다 화질 및 지연 시간이 대폭 개선됐다. 좀 더 진짜 같은 가상현실에 가까워진 것이다. 외부 적외선 카메라와 HMD 본체에 적외선 LED 추가로 머리 위치를 얻을 수 있는 ‘포지셔널 트래킹’이 가능해졌다. HMD를 쓴 사람이 상하 전후좌우로 머리를 움직이면 VR 내 카메라도 상하 전후좌우로 움직이게 된다(플레이스테이션 VR은 플레이스테이션 카메라와 컬러 LED를 사용해 같은 기능을 구현한다).

2015년 3월에는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가 세계 최대 게임 판매 플랫폼인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와 합작해 ‘HTC 바이브’를 발표했다. 밸브의 VR 기술 ’스팀VR’를 채택한 것이 특징이며 전 세계 게임 시장 지배력을 앞세운 차별화가 포인트다. 올해 1월 2세대 개발 키트 ’바이브 프리’를 발표했다. 한편 오큘러스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와 협력하여 이 회사 스마트폰 전용 HMD ‘기어 VR’을 2014년부터 개발했으며 2015년 말 일반인 대상 판매를 시작했다. 기어 VR은 전용 센서를 탑재하고 있기에 구글 카드보드 혹은 비슷한 형태 기기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PC와 케이블 연결이 필요 없는 무선 타입이다. 사용법이 쉽고 저렴하다. 삼성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다. 갤럭시S6 등 플래그십 모델 사용자는 기어 VR 잠재 고객인 셈이다.


 

콘텐츠 직접 만든다, 기어 360


삼성전자는 가상현실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기어 VR에 이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어 360을 MWC2016에서 선보이며 가상현실 기기 라인업을 모두 갖추게 됐다. VR 콘텐츠의 체험에 이어 제작까지 대중화를 유도해 갤럭시 중심의 VR 생태계를 본격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둥근 공 모양의 기어 360은 180도 범위를 광각 촬영할 수 있는 두 개의 195도 어안렌즈를 탑재했다. 두 렌즈가 찍은 영상을 하나로 합쳐 수평과 수직 방향 어디든 360도로 감상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양쪽 렌즈를 모두 사용하는 '듀얼 모드'로 360도 고해상도(3840x1920) 동영상과 3000만 화소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F2.0 렌즈를 적용해 저조도에서도 밝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기어 360으로 촬영한 콘텐츠는 기어 VR을 통해 가상현실로 감상할 수 있다. 갤럭시S7와 S7 엣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 갤럭시 노트5 그리고 갤럭시S6과 S6 엣지와 연결할 수 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콘텐츠를 촬영하면서 프리뷰를 하고 SNS와 구글 스트리트뷰에 공유할 수 있다. 기어 360은 올 상반기 중 출시될 예정이다. 한편 삼성 언팩 2016 행사장에는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가 등장해 가상현실은 차세대 플랫폼이라면서 삼성전자의 하드웨어와 페이스북, 오큘러스의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이 분야에서의 제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LG도 준비를 단단히 했다. ’LG 360 VR(위 이미지 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G5와 연결해 사용하는 가상현실 기기다. 스마트폰을 삽입해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유선 연결 방식이다. 그래서 기어 VR 등 다른 제품보다 가볍고 작다. ’LG 360 캠(위 이미지 오른쪽에서 첫번째)’은 기어 360처럼 주변 풍경을 360도로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로 누구나 쉽게 VR용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해 구글 스트리트 뷰나 유튜브 360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 스틱형 디자인으로 휴대성이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MWC2016의 주인공, VR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삼성전자는 가장 먼저 VR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VR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성장 잠재력을 지녔다고 판단하고 오큘러스와 손잡고 2014년 자사 스마트폰 전용 기어 VR을 내놨다. 꼭 삼성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된다. 구글 카드보드나 호환 VR 기기는 그 수가 다양하고 누구나 살 수 있을 만큼 저렴하다. 구글에 따르면 카드보드를 포함한 VR 기기는 500만 대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앱도 25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고 한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3월 28일 예판 구매자 대상으로 배송이 시작되고, HTC 바이브는 4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29일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한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등 24개국에 선보일 예정이다. 플레이스테이션 VR도 조만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반 대중을 위한 고성능 VR 기기가 속속 출시되고 있어 2016년은 ’VR 원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이엔드 HMD 오큘러스 리프트는 대중적으로 판매되기는 힘들 것이다. 작동 가능한 PC 사양이 엔비디아 지포스 GTX 970/AMD 레이디언 R9 290 GPU 등 고사양 그래픽 성능이 필요해서다. HTC 바이브는 적외선 센서를 통한 사용자 움직임 추적 기능이 포함되는 만큼 오큘러스 리프트 수준의 성능이 예상된다. 예약 판매가는 799달러(약 99만원)다. 플레이스테이션 VR은 2016년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이 제품은 가정용 게임기 주변기기이기 때문에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보다 저렴할 전망이다. 그러나 120Hz 유기 EL 패널을 탑재한 고성능 디스플레이와 각종 센서로 조합되는 만큼 턱없이 싸지는 않을 거다. 이렇게 VR 기기 성능과 가격에 상당한 편차가 있는 만큼 가상현실이 어떤 느낌인지 체험하고 싶은 일반 사용자는 카드보드나 기어 VR이 좋고, 가정용 게임을 즐긴다면 플레이스테이션 VR이 답이다. 좀 더 풍부한 경험을 하고픈 마니아층은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가 좋다. 요컨대 거실과 전시장(이벤트, 게임 센터 등)에서 쓰이는 두 가지 형태의 VR 기기가 공존하며 점차 성숙해질 것이다. 이번 MWC 2016에서는 VR의 대중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VR 시장은 2014년 16억 달러(약 2조원)에서 2020년 100억 달러(약 12조4000억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애플도 VR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다.  [리뷰전문 유튜브 채널 더기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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